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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김정률 싸이칸홀딩스 회장

"끊임없는 개척과 전진… 눈앞에 다가온 테마파크 개발 꿈" <br>그라비티 매각 후 인천 송도유원지 부지 사들여<br>'게임업계 큰형님'서 부동산 사업자로 당찬 도전 <br>오피스텔·호텔 개발·관리 등으로 노하우 쌓아 이르면 연내 착공… 한국형 디즈니랜드 만들것

'개척과 전진'을 좌우명으로 게임사업의 발전에 반평생 매진해온 김정률 ㈜싸이칸홀딩스 회장이 자사 개발 게임콘텐츠 수출국가와 사용자수를 표시한 세계지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인천 송도유원지를 매입, 최근 테마파크 개발에 열정을 쏟고 있다.


'개척과 전진' 김정률(57) ㈜싸이칸홀딩스 회장의 집무실 뒤편에 걸려 있는 말이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신년 휘호다. 김 회장이 평생을 품어온 좌우명이기도 하다. "지난 1970년 1월1일은 경부고속도로가 뚫린 해이기도 하고 새마을운동이 시작된 해이기도 하죠. 박전 대통령이 가장 역동적으로 힘을 썼던 시기입니다. 그 역동성을 가까이 느끼고 싶어 2004년 서울옥션(미술품 전문 경매회사)이 진행한 경매에 직접 가서 20여명의 경쟁자를 이기고 낙찰 받았죠. 당시 가격으로 6,300만원가량 했습니다." 김 회장은 대화 도중 손에 쥔 스마트폰을 끊임없이 체크했다. 슬쩍 보니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이었다. 프로필 문구는 '개척과 전진'이다. 카카오톡뿐 아니라 트위터ㆍ페이스북도 젊은이들 못지않게 즐긴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반평생은 그의 좌우명과 닮았다. 성공 이후로도 새로운 사업분야를 끊임없이 개척하고 전진한다. 그는 2000년 게임업체 '그라비티'를 설립,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 를 상용화한지 2년만에 세계 21개국에 수출하고 2,8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2005년 미국 나스닥시장에 직상장시킨 회사 '그라비티'의 지분을 일본 '소프트뱅크' 회사에 4,000억원을 받고 매각해 '벤처 거부(巨富)'로 등극했다. 그런 그가 곧장 부동산개발업이라는 생소한 분야로 진출했다. 그의 '개척과 전진'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게임ㆍ소프트웨어 업계의 '큰 형님'으로 불리던 김 회장이 부동산개발사업에 뛰어들게 된 것은 운명 같은 우연에서 비롯됐다. "그라비티를 소프트뱅크에 막 매각해 400억엔이라는 자금이 손에 있을 때였죠. 다른 사업을 구상하기 위해 잠시 쉬던 중 지인으로부터 인천 송도유원지가 매물로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2005년 말 무렵 찾아 갔습니다. 젊은 기억 속의 화려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죠. 쓸쓸하고 온통 낡아버린 유원지를 보고 있노라니 20대 후반 롯데월드에서 시설 설치 일을 하며 '언젠가 나도 이런 테마파크를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바랐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늘이 내 꿈을 이룰 기회를 주는구나 싶었죠." 심사숙고 끝에 그는 2006년 초 무렵 33만여㎡에 이르는 송도유원지 중 25만㎡ 부지를 700억원에 매입했다. 영상ㆍ음악 등 한류 콘텐츠를 비롯해 의료관광을 위해 오는 관광객을 위한 숙박ㆍ호텔 시설, 프리미엄 아웃렛 등의 쇼핑시설, 맛집ㆍ문화의거리 등으로 이뤄진 '한국형 디즈니랜드'를 만들고자 했다. "당시 기분으로는 땅을 산 것이 아니라 꿈을 산 느낌이었습니다. 수도권, 아니 동남아 권역에서 손꼽히는 명소를 만들어보자 싶었죠."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게임업계에서 30년 잔뼈가 굵은 김 회장이지만 부동산개발업은 난생 처음이었다. "의욕만 넘쳐났지 부동산개발사업에 대해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2006년 싸이칸홀딩스를 설립하자 지인들이 나 보고 리스크 큰 시행업에 왜 뛰어드느냐며 말이 많았지만 정작 당시의 나는 시행사와 시공사도 제대로 구분 못할 정도로 무지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처럼 열심히만 하면 되겠구나 생각했는데 인허가 과정 등이 보통 복잡한 것이 아니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더군다나 송도유원지는 흥한교육재단이 43년간 소유해온 땅으로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가 장기간 제한됐던 부지였고 인근 다른 땅과 함께 대규모 개발계획에 묶여 있어 개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싸이칸홀딩스 설립 때부터 유원지 개발에 대한 나름의 청사진은 머릿속에 뚜렷이 그려져 있었지만 실제 실행에 옮기기에 다소 시간이 걸린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송도유원지 개발 사업은 올 들어서야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6월 인천시가 당초 송도유원지를 포함해 211만2,700㎡에 이르던 송도관광단지 조성사업을 90만7,380㎡로 대폭 축소하면서부터다. 개발을 위한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다. 이르면 올해 내, 늦어도 내년 초에는 첫 삽을 뜰 예정이라고 그는 말했다. 송도관광단지 개발계획 가운데도 선도사업으로 꼽혀 오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전에는 개장할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김 회장은 다소 늦어진 사업인허가가 오히려 이득이 됐다고도 덧붙였다. 오피스텔ㆍ오피스ㆍ호텔 등 부동산 개발 및 관리사업을 진행하며 각종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과 올 3월 각각 분양한 서울 강남역 아이파크 오피스텔 1ㆍ2차는 36대1, 56대1의 경쟁률로 청약신청을 마감해 강남권 오피스텔 붐을 이끌었다. 얼마 전에는 연면적 16만㎡ 규모의 강남 논현동 도산사거리에 지상14층 규모의 싸이칸홀딩스 오피스 빌딩도 문을 열었다. 일본에서는 호텔 및 골프장 등 레저시설을 매입해 임대관리하며 운영 노하우를 쌓고 있다. 특히 게임업계에 오래 몸담았던 김 회장답게 하드웨어적인 측면보다 소프트웨어, 즉 어떤 콘텐츠를 담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많다. 최근에는 사람을 끌어들일 콘텐츠를 접목시키기 위해 영화 및 스타콘텐츠가 풍부한 ㈜태원엔터테인먼트와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기도 했다. "아시아에 부는 한류 열풍은 그야말로 대단합니다. 요즘 음악 쪽으로 한창 한류 열풍이 불고 있지만 영화 콘텐츠 쪽은 여전히 대단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유원지 내 영화세트장을 만들어 촬영을 하고 추후에는 관광상품으로 이용하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영상시대에 맞는 테마파크, 한류 느낌이 물씬 나는 콘텐츠를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최근의 부동산 시장 침체에 대해서는 김 회장 역시 고민이 많다. 하지만 소비자 트렌드나 각종 외부요인에 따라 급변하는 주택 시장에 주력하고 있지는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김 회장은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여가 시간도 많아졌는데 막상 놀 거리는 많지 않은 편"이라며 "송도유원지 개발을 시작으로 차별성 있는 콘텐츠를 갖춘 테마파크 개발 사업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송도유원지 개발 같은 레저용 부동산의 경우 우리가 어떤 상품을 선보이느냐에 따라 충분히 불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예전과 달리 좀 더 신중을 기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는 있겠죠"라고 덧붙였다. 요즘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금융권 자금 조달이 힘든 상황이지만 싸이칸홀딩스의 경우 지금까지 벌인 대부분의 사업에서 자기자본 비율이 3분의2 이상이라 금융리스크가 적은 편이라고 한다. 그의 다음 꿈은 콘텐츠 사업의 후학 양성을 위한 학교 설립이다. "젊은 시절부터 관심을 가져온 게임산업은 아무래도 애착이 있죠. 특히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 콘텐츠를 개발하고자 하는 젊은 친구들을 위해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싶다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드네요. 부동산개발에 어느 정도 자신도 붙었겠다 수도권 근교에다 부지를 확보해 직접 전문학교를 짓는 것이 마지막 꿈입니다." 김 회장의 '개척과 전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정률 회장은
▦1954년 전남 해남 ▦1972년 고려대 사범대 부속고등학교 ▦1975년 일본 도쿄전기대 ▦1998년 연세대 행정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 ▦1994년~현재 한국게임제작협회 회장 ▦2000년~2005년 (주)그라비티 대표 ▦2000년~현재 한국게임제작업협동조합 이사장 ▦2003년 신지식ㆍ신한국인 선정 ▦2005년 ㈜싸이칸홀딩스 설립 ▦2006년~ 일본 상장회사 ㈜컨시드 이사회 의장
"세계적 기업 키우려 부잣집에 딸 시집 보낸 심정으로 팔았죠"

■ 그라비티 4000억 매각 막전막후 "고이 키운 딸을 시집 보내는데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은 집으로 보내고 싶었죠." 김정률 회장은 지난 2005년 ㈜그라비티를 미국 나스닥시장에 직상장한 직후 회사 지분을 일본 소프트뱅크에 매각한 뒤 매각 대금으로 일시에 4,000억여원을 거머쥐어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한편에서는 '유례없이 성공적인 탈출(엑시트) 전략'이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국내 기술을 일본에 팔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라비티는 1년 매출이 750억원가량에 순수익만 400억원이 넘는 말 그대로 알짜 회사였어요. 라그나로크 온라인게임이 특히 일본에서 인기가 많았는데 일본 로열티만 해도 1년에 150억~160억원이 들어왔고 대만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로열티 수입이 많았습니다. 당시 회사 역시 부채도 없는데다 천몇백억원이라는 현금 유동성도 있어 재무적으로 매우 탄탄했습니다. 전혀 팔 이유가 없었던 셈이지요." 김 회장이 그라비티 지분 매각을 결심한 것은 2005년 2월 진행했던 미국 나스닥 상장의 영향이 컸다. "나스닥 직상장이 이뤄지며 순식간에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됐습니다. 자랑스러웠고 기뻤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후였어요. 이 회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려면 아무래도 내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참에 소프트뱅크 쪽에서 손정의 회장의 동생인 손태장 일본 겅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직접 찾아와 매수 의사를 타진해왔지요. '형이 그라비티를 꼭 매수하고 싶어한다'고요." 김 회장은 내심 기뻤다. 손 회장이라면 그라비티를 세계적인 회사로 키울 수 있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곧장 일본으로 날아가 손 회장을 만났다. 당시 투자은행 자문역도 배석하지 않은 채 장장 5시간을 독대했다. 그 과정에서 손 회장의 비전에 크게 감탄했다. 그 후로도 둘만의 만남을 일곱 번 더 가졌다. 그리고 결심했다. "대단한 사람이구나, 내 자식을 보내도 되겠구나 믿었죠." 계약서는 각자 변호사를 대동한 채 싸이칸홀딩스 회장 집무실에서 직접 썼다. 400억엔의 매각 대금은 별도 계약금 없이 수표 1장으로 받았다. 회사는 물론 각자의 건승을 기원하며 헤어졌다. 하지만 결국 그라비티는 2008년 겅호엔터테인먼트에 흡수합병됐다. 인수 이후 실적 및 기업가치도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김 회장이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다. "잘 해주기를 바랐는데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손 회장이 어느 정도는 운영에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동생 손태장 대표에게 전적으로 맡겼고 손 대표는 또 자신의 동창에게 경영을 위임했고…. 특히 직원들과 잘 지내주기를 신신당부했는데 그렇지 못했어요. 좋은 개발 인력이 엄청나게 빠져나갔더군요. '라그나로크' 게임은 여전히 일본에서 인기가 많지만 그라비티의 진짜 가능성은 많이 잃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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