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갔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세가 한풀 꺾이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메르스 사태를 종식시킬 수 있는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추가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지난 5월25일에서 6월5일까지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간병했던 가족 한 명뿐이다. 삼성서울병원발(發) 메르스 환자가 크게 늘기 시작했던 4일 이후 가장 낮은 증가세다. 전일 6,729명까지 치솟았던 격리대상자 수도 5,930명으로 799명이나 줄어들었다. 격리대상자 수가 이처럼 크게 줄어든 것은 메르스 환자 발생 이후 처음이다. 권덕철 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이와 관련해 "현재 추이로는 '메르스가 진정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희망의 징후는 메르스에서 완치돼 일상으로 복귀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퇴원한 환자는 모두 6명에 달해 일일 기준으로 가장 많았으며 14일 동안 격리됐던 전남 순창 장덕마을에서는 추가 환자가 나오지 않아 전원 격리 해제됐다. 과잉대응 논란을 빚기도 했던 서울시는 이날 "현재까지 지역감염이 없다"며 시민들이 더 이상 위축되지 말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면서 자유롭게 일상생활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처럼 메르스 확산세가 진정국면을 보이자 보건당국과 지자체들은 강동경희대병원·아산충무병원·좋은강안병원 등을 집중 관리하며 3차 유행을 막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고 의료계는 환자 한 명이라도 더 살려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나섰다. 대한병원협회에 등록된 대형병원들은 전국의 메르스 거점병원에 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를 운용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군은 군의관, 간호장교, 의무부사관 및 응급구호요원 등 300여명의 국군 의료지원단을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다.
현재 상태가 불안정한 환자 중 상당수가 산소호흡기와 에크모를 하고 있으며 특히 에크모는 의료진 네 명이 한 팀을 구성해야 해 전문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편 메르스사태 종식을 선언하려면 마지막 환자가 발생한 지 28일이 지날 때까지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에볼라 종식을 선언할 때 적용했던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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