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이다. 책은 이 조문이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 우리 헌법에 들어오게 됐는지, 이 조항이 담고 있는 민주공화국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한다.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교수가 펜을 들었다. 저자는"20세기 초까지만 해도 한국은 군주국의 나라였고 대한제국은 전제군주국을 표방하기도 했다"며"대한제국이 무너진 지 불과 9년 만에 민주공화국을 표방하면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출범하고 1948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가 이를 이어받아 민주공화국을 표방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고 역설한다. 어떻게 이 같은 일이 가능할 수 있었는지 저자는 그 답을 하나씩 찾아나간다.
저자가 제헌헌법 제 1조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이 조문이 대한민국 정체(政體)를 규정하는 선언인 동시에, 이것이 헌법에 명문화되는 과정이 곧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성립되는 과정을 축약해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은 구한말 서구 정치제도의 소개로 한국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알려지기 시작한 입헌정치와 민주주의가 망국과 일제강점기, 해방을 거쳐 어떻게 제헌헌법을 통해 결실을 보게 되는지 그 역사적 과정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구한말 국내에 번역·수입된 외국 문헌, 옛 신문, 독립운동 단체들의 당강·당책 등을 두루 살피며'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기원을 더듬는다.
또, 구한말부터 대한제국 전후 시기까지 국내 지식인들이 어떻게'공화국'에 대해 초기 인식을 하게 됐는지, 임시정부 수립 후 좌·우 지도자들이 해방 이후 어떤 나라를 꿈꿨는지에 대한 첨예한 논쟁과 갈등도 기록한다.
특히, 제헌헌법의 기본 이념을 둘러싼 논쟁에 대해 저자가 풀어놓은 견해가 눈길을 끈다. 제헌헌법의 기초 작업을 했던 인물들의 증언과 그 조항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일각의 주장처럼 제헌헌법이 사유재산 및 사생활의 자유를 최 우선하는 고전적 자유민주주의를 그대로 채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다시 말해 제헌헌법이 정치적 측면에서는 자유민주주의적 요소를,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는 사회민주주의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제헌헌법에 담긴 자유와 평등의 서로 충돌하는 가치를 제헌의원들이 어떻게 조화하려 했는지 살피며, 제헌헌법이 지향하는 공화국이 개인의 이익보다는'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국가였음을 밝힌다.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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