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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정치권과 국제양궁연맹

정치권 쏟아내는 기업정책<br>시장 틀 흔드는 포퓰리즘<br>룰 바꿔 다그치기 보다는 기업 보호하는 역할했으면


열대야가 15일이나 지속되는 유난히 더운 여름이었지만 올림픽의 한국 선수들 덕에 즐겁게 밤을 보냈다. 특히 양궁의 승리는 가슴 뿌듯한 시간이었다.

양궁 여자단체전은 1984년 LA올림픽에 최초로 참가해 금메달을 딴 이래 7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엄청난 일인데도 국민들은 별로 열광하지 않는다. 마치 양궁에서 금메달을 못 따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양궁이 무조건 출전만 하면 1등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말 그대로 양(洋)궁(弓)으로 1900년 올림픽부터 서양 선수들 중심으로 시작한 경기다. 체격으로 보나 활의 형태로 보나 우리에게 쉬운 경기가 아니다. 끊임없는 훈련과 국산 활의 개발, 적극적인 선수 지원 등이 한국을 양궁의 메카로 만들었다.

그러나 1등을 노리는 선수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세계 톱 선수들의 90%는 이미 우수한 한국제 활을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상위권 국가 대부분 한국 코치를 영입해 한국 선수와 유사한 훈련을 한다. 기술은 노출됐고 경쟁 우위는 없어졌다. 끊임없는 새로운 훈련방식의 개발과 반복적인 훈련만이 선두를 결정한다.

기업의 경쟁 시장은 스포츠계와 유사하다. 경쟁자는 호시탐탐 선두를 노린다. 연구개발을 통해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신제품을 만들어낸다. 끊임없는 혁신으로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거나 원가 절감을 시도한다. 뿐만 아니라 영업사원이나 경영자를 빼가기도 하고 핵심기술인력을 스카웃해간다. 글로벌 기업 간의 경쟁은 더 심각하다.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아예 수입 규제를 하거나 반덤핑 제소를 하기도 한다.



한국의 기업 중에서 세계적인 위상을 확보한 글로벌 기업들은 이런 전쟁의 정점에 있다. 정상에 있는 기업은 승리를 즐길 시간이 없다. 언제 새로운 기술로 경쟁의 패러다임이 바뀔지, 언제 경쟁자가 신제품을 내놓아 시장의 점유율이 바뀔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 1등 기업이었던 포드ㆍ소니ㆍ노키아의 추락이 경쟁 시장의 현실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노키아는 세계 시장의 40%를 육박하는 점유율을 보인 난공불락의 1위 기업이었다. 핀란드가 자랑하는 기업으로 국가 수출의 약 20%, 고용의 약 1%, GDP의 약 4%를 차지했다. 그러나 애플의 스마트폰 출시와 함께 일시에 경쟁 구도가 바뀌고 세계 시장 점유율이 20%대 초반으로 급락했다. 주당 200달러가 넘던 주가는 3달러로 추락하고 신용등급은 투자등급 아래로 하락했다. 국가 경제가 위기를 맞았다.

현재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한국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한눈파는 순간에 소니나 노키아가 될 수 있다. 선두를 유지하는 것은 기업의 몫이다. 잘할 때 박수하며 열광하던 관중은 경기가 끝나면 관심이 없다. 선수들이 얼마나 피와 땀을 흘리는지 관중은 모른다. 실수라도 하면 온갖 핀잔이 돌아온다. 그런데 요즘이 정치 계절이라지만 국정을 책임져야 할 정치권 행태가 좀 지나친 것 같다.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경쟁적으로 쏟아놓는 기업 정책은 시장경쟁의 틀을 바꾸려는 듯하다. 양궁, 축구, 펜싱, 체조 도마에서의 선전이 우리식으로 이룬 쾌거인 것처럼 우리 기업의 경영 시스템도 우리식으로 만든 것이며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는 모델이다. 부족한 점은 미세조정을 할 일이지 틀을 바꿀 일은 아니다.

국제양궁연맹은 지속적으로 금메달을 가져가는 한국 양궁을 견제하고자 1988년 이후 6번이나 경기의 룰을 바꾸었다. 양궁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였단다. 정치권은 우리 기업을 마치 바뀐 룰을 피와 땀으로 극복하는 양궁선수들처럼 여기는 것 같다. 정치권은 국제양궁연맹이 아니라 우리 선수들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대한양궁협회의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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