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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법률논리 체계적 개발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기 이전은 물론, 타결을 발표한 후에도 내용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논란은 타결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분석에 기초한 것이라기보다는 각자가 가진 FTA에 대한 이념적 입장에 근거한 다소 추상적인 주장, 혹은 정치적 구호 수준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그와 같은 추상적이고 공허한 주장보다는 타결 내용에 대한 냉정하고 논리적인 분석을 하고 그에 기초해 우리나라의 법ㆍ제도를 어떻게 개선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투자자ㆍ국가분쟁해결제도(ISD)라 불리는 투자 관련 중재제도의 경우를 보자. 미국이 기존에 타 국가와 체결한 FTA 협정문을 분석해보면 굳이 협정문 원문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정부가 요약, 설명한 내용만으로 타결된 내용의 주요 부분에 대한 일정 수준의 추정이 가능할 뿐더러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협정문의 문안 자체에 대한 추정까지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간의 논의를 보면 ‘사법주권’의 상실에 대한 추상적 주장이나 협정문 비공개에 대한 정치적 공세는 많이 이뤄졌지만 정작 타결된 내용의 구체적인 사항들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보거나 구체적인 분석을 하려는 노력은 미흡했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은 협정문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논하고자 하는 글은 아니다. 다만 타결 내용에 대해 발표된 자료를 살펴보며 한 가지 짐작할 수 있는 점은 협상 후반부에 협정문의 구체적인 내용을 둘러싸고 협상을 진행함에 있어 우리나라보다 협정문 준비 경험이 풍부하고 또 그와 관련된 깊이 있는 법률논리를 구축해온 미국 측의 공세에 맞서면서 우리나라 협상대표단이 실제 협상 테이블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협상 테이블에서 구체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법률논리면에서 미국 측이 더 많은 것을 축적해놓았고 그런 만큼 유리한 면이 있었다는 뜻이 된다. FTA로 상징되는 21세기형 개방화, 무한경쟁의 시대를 맞이하며 이제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 있어 도움이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정교한 논리를 개발하고 또 실제로 쓰일 수 있는 문안까지도 준비하는 등 실사구시의 태도에 바탕을 둔 치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노력은 협상대표단은 물론, 우리 사회의 전문가들이나 사회단체 등을 포함한 여러 집단에서 모두 이뤄져야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일부 외국의 비정부기구(NGO)들이 펼치는 노력은 주목할 만하다. 그들은 그들이 생각하기에 바람직하다고 믿는 내용을 반영하는 투자협정문 초안을 직접 작성해 정부에 제시하거나 실제로 사건이 생길 경우 중재판정부에 직접 법률논리를 담은 서면을 제출하는 등의 방식으로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비정부기구나 사회단체들도 이제는 깊이 있는 연구분석을 통해 구체적인 협정문안의 초안까지도 직접 준비해 제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상대국 협상대표단에 제시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법률논리를 준비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더군다나 미국과 타결된 내용에는 ISD가 실제 활용될 경우 NGO를 포함한 제3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고 이처럼 제3자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은 근래에 ISD가 지향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NGO나 사회단체도 원하면 직접 중재판정부에 법률서면을 제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NGO나 사회단체가 준비한 국제법의 논리에 맞는 훌륭한 법률서면, 협정문 초안을 대할 날을 기대해본다. 그러한 법률서면이나 협정문 초안이 준비되는 날 국내에서의 논의도 훨씬 성숙하게 될 것이고 국제 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위상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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