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건설은 지난 1947년 대영건설로 설립돼 올해로 65년째를 맞은 1세대 건설사다. 현대건설ㆍ삼환기업ㆍ풍림산업과 함께 한국 건설의 중동 붐을 주도했던 업체다. 시공능력평가 38위로 '스타클래스'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극동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은 1년 이상 지속된 유동성 위기 탓이다. 지난해부터 위기설에 휩싸인 극동건설은 이후 줄곧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외줄타기를 해왔다. 극동건설의 한 관계자는 "특정 사업장이나 단기간에 벌어진 유동성 위기라기보다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위기설은 기업의 '생명줄'인 수주 영업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극동건설의 공사 보증과 관련한 신용도가 워크아웃 건설사와 비슷한 '관심(watch) 등급'으로 분류되기도 했다"며 "수주 영업에도 지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극동건설은 지난해 수주액이 1조원을 넘겼지만 올해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모그룹인 웅진그룹이 자금지원을 했지만 최악의 상황을 막지는 못했다. 웅진그룹은 올해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이어 총 네 차례에 걸쳐 734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극동건설은 이에 따라 14년 만에 두 번의 부도를 맞는 비운을 겪게 됐다. 1998년 회사정리절차(법정관리)를 시작해 2003년 졸업했고 그해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인수됐다. 이후 2008년 웅진그룹이 6,000억원에 극동건설을 인수했지만 4년을 채 버티지 못했다.
극동건설마저 흔들리자 그룹 계열 건설사라고 하더라도 더 이상 건설경기 침체의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LIG건설ㆍ남광토건ㆍC&우방ㆍ진흥기업 등 그룹 계열 건설사들이 2008년 이후 줄줄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행을 택했다.
업계에서는 '뒷배경'이 탄탄한 그룹 계열 건설사의 줄도산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경기 침체 때문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건설사에 막대한 이익을 남긴 아파트 분양사업에 편승하려는 그룹사들의 문어발식 확장 탓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불과 5~6년 전만 해도 아파트 분양만 하면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위험부담을 고려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금융위기가 갑작스런 충격일 수 있지만 그 전부터 공급과잉 등에 대한 우려가 꾸준했던 만큼 그룹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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