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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보 부재와 말의 성찬

지난 1905년 일본의 한 신문이 세계적인 특종을 날렸다. 러ㆍ일전쟁의 처리를 위해 프츠머츠에서 열린 회의에서 일본이 패전국인 러시아로부터 배상금을 한푼도 받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일본 정부의 보도 통제를 뚫고 나온 특종은 일본 전역을 들끓게 만들었다. 일본 정부로서는 당혹했던 ‘굴욕 협상’ 보도는 결과적으로 일본의 국익에 도움이 됐다. 대외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자각을 낳고 여론이 하나로 형성되는 계기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사실 보도가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말해주는 사례다. 국민의 기대를 한껏 부풀게 했던 제4차 6자회담이 끝난 지 3주째를 맞고 있는 지금 주요국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오는 11월 초에 열리는 제5차 6자회담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중국의 우이 부총리가 최근 북한을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태평양 건너 미국으로부터는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의회 내부 그룹의 대북 강경 발언과 크리스토퍼 힐 대사의 북한 방문 취소 가능성, 제4차 회의의 발언록 등이 나온 근원지는 미국이다. 일본에서도 신포 경수로의 미래에 관한 얘기가 흘러나왔다. 정작 6자회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국내에서는 어떤가. 잠잠하다. 6자회담과 관련된 정부의 정책 방향이나 흐름을 알리고 국민적 동의를 얻어내려는 노력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말의 성찬만 있을 뿐이다. ‘제4차 6자회담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느니 ‘각국은 같은 배를 탔다’느니 하는 자화자찬과 비유가 가득하다. 북핵 문제가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민들이 6자회담의 전망과 물밑협상에 관한 흐름을 대부분 외신에 의존한다는 현실은 자연스럽지 않다. 정부로서는 될 수 있으면 말이 안 나오는 게 좋겠지만 문제는 국내 여론의 침묵을 알게 모르게 강제하는 사이에 사회적 합의도 점점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북핵 문제가 갈 길은 아직도 멀다. 경수로 제공 시점, 핵 폐기의 시기와 방법, 고농축 우라늄 문제에서 북한의 생화학무기, 인권 문제, 마약ㆍ위폐 등 각종 범죄 문제에 이르기까지 난제가 쌓여 있다. 하나씩 떼어놓고 봐도 엄청난 파급력이 있는 이슈를 풀어가기 위해서도 국민에게 알리고 동의를 얻으려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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