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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 아이의 행복, 문화에서 나온다


어린이 뮤지컬 '브레멘 음악대'배우들의 방에는 만 네 살 아들을 둔 한 아버지의 공연 관람 후기가 붙어 있다. 장기 공연을 매일같이 하다 보면 뮤지컬을 기획한 필자나 배우들은 자칫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지칠 수 있는데 이 글을 볼 때마다 마음을 다잡게 된다. 무척 고맙고 감동적인 데다 우리가 공연을 하는 이유가 다 담겨 있다.

정서 안정·창의력 등 삶의 자양분

"지난주 말 새벽 비행기로 동남아 출장에서 돌아온 저는 아들ㆍ아내와 함께 브레멘 음악대 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피곤해서 공연이 시작되면 '조금 쉴 수 있겠구나'생각했는데 경쾌한 리듬의 음악이 시작되면서 아들과 함께 화려한 컬러와 감동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지요. 각자 맡은 배역에 최선을 다해 저절로 우러나오는 공연의 완성도, 단원의 열정이 가슴으로 전달돼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곧바로 누웠는데 아들녀석이 공연에서 들었던 노랫가락을 흥얼거리며 뛰어다니더군요. 저도 일어나 함께 흥겹게 노래를 불렀답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경험이었죠. 아들이 어른이 돼 자녀들과 공연을 볼 때 저와 같은 감동을 느끼고 제가 아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필자가 7년 전 브레멘 음악대를 무대에 처음 올릴 당시만 해도 어린이 뮤지컬을 만들고 공연하는 게 이만큼 소중한 일이지 잘 몰랐다. 지난 7년 동안 총 800여회 공연된 이 뮤지컬을 500회가량 지켜보니 공연을 보는 아이들을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고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온몸과 마음으로 보고 들으며 극 속에 푹 빠져드는 아이들을 보노라면 어린이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고는 한다.

그렇다면 스펀지 같이 무엇이든 잘 빨아들이는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듣고 겪게 할 것인가. 우선 집ㆍ학교ㆍ자연ㆍ공연ㆍ문화ㆍ환경을 잘 돌아보고 차근차근 준비하자. 백마디 가르침을 들은 아이보다 좋은 공연 한 편을 본 아이가 좋은 문화충격(culture shock)과 정서적 안정감ㆍ행복감을 느끼고 창의력ㆍ철학 등 삶의 자양분을 얻는다고 한다.



컴퓨터ㆍ모바일 게임에 빠져 있거나 치열하고 냉혹한 경쟁환경 속에서 학원으로 내몰린 채 크는 아이들이 친구와 남을 배려하고 자연에 감동하고 문학ㆍ철학을 가까이 하고, '더불어 함께'라는 공동체적 가치를 아는 건강한 젊은이,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하기란 쉽지 않다.

선진국선 공연 관람·체험도 수업

영국ㆍ독일ㆍ프랑스 등 유럽이나 미국ㆍ호주 등 선진국을 여행할 때마다 부러운 것이 하나 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의자ㆍ무대 등을 갖춘 어린이 전용 극장이 곳곳에 있고 학교ㆍ교육청과 연계돼 있어 수업의 일환으로 다양한 공연을 보고 체험한다는 점이다. 정부ㆍ지자체와 기업이 다양한 어린이 공연 제작을 지원하기 때문에 학부모와 아이들은 저렴한 가격(10~20유로)으로 공연을 즐긴다. 엄마ㆍ아빠를 위한 문화교육 프로그램도 많아 가족극장 기능도 한다. 이런 시설에 들를 때면 일반 극장 의자 위에 방석 등을 올려놓고 불편하게 앉아 공연을 봐야 하는 우리나라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미래는 문화와 콘텐츠의 시대라고 한다. 우리들의 미래인 아이들이 자라 문화미ㆍ예술미를 발휘하고 풍요로운 콘텐츠를 생산해내려면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통해 자양분을 충분하게 흡수해야 한다. 유홍준 명지대 교수는 "문화미와 예술미는 훈련한 만큼 보인다"고 했다. 아이들이 행복하고 창의적인 인재로 커가기를 바란다면 우리 모두 풍요로운 문화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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