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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크래커 위기 놓인 건설코리아

저가 공세 개도국에 해외시장 잠식 당하더니<br>유로화·엔화 약세 앞세운 유럽·일본에도 밀려<br>수주 다각화로 맞서지만 설 땅 갈수록 잃어



엔화와 유로화의 동반약세로 국내 건설업체들이 해외건설시장에서 '넛크래커'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유로화 약세에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엔화까지 평가절하되면서 수주경쟁에서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2008년 이후 주춤했던 중동과 동남아시아 시장에 대한 진출을 강화하는 모습이어서 국내 건설업체들의 수주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로화와 엔화의 동반 약세에 힘입어 중동과 아시아 건설 시장에서 유럽과 일본 건설사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저가 수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건설사들이 수주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위기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수주시장 다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체 수주의 50%는 중동지역에 집중돼 있다"며 "지난해 유럽 업체들과의 경쟁도 힘겨웠는데 일본 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유럽ㆍ일본의 역습=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의 움알룰루·사르브 해상유전 패키지 2 공사 입찰에서 이탈리아의 사이펨은 SㆍHㆍD사 등 국내 업체들을 따돌리고 수주에 성공했다. 사이펨이 이 공사를 딸 수 있었던 것은 국내 건설사들보다 10%가량 적은 입찰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 건설사들이 몰리는 공사에서 유럽업체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유로화 약세에 힘입어 가격에서도 한국 업체들과 대등한 경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업체들의 공세도 만만찮다. 아베 정권의 엔저 정책 이후 일본 건설사들은 공격적인 수주 전략으로 국내 건설사들의 텃밭인 중동과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모습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일본 50대 대형건설사의 올해 1ㆍ4분기 수주실적은 2,090억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58억엔)보다 12.5% 증가했다. 특히 엔저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2~3월 수주 실적이 크게 늘었다.

◇수주 다각화로 맞서는 한국 건설사=문제는 유럽과 일본 건설사들의 주요 수주 거점이 중동과 아시아로 국내 건설사와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점이다. 특히 일본 건설사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춤했던 중동과 아시아에서의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지난해부터 공적개발원조(ODA)를 앞세워 싱가포르와 베트남ㆍ캄보디아ㆍ인도네시아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은 시장ㆍ공종 다각화를 통해 맞서는 형국이다. 대림산업은 브루나이에서 순가이 브루나이대교 건설공사를 수주해 국내 건설사로는 최초 브루나이 토목시장에 진출했으며 삼성엔지니어링은 3월 중앙아시아 아제르바이잔 비료공장 건설공사를 수주하면서 아제르바이잔 첫 진출에 성공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3일 기준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 지역 수주액은 4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60억달러)보다 줄었다. 중동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2.7%로 지난해(60%)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유로화와 엔화 약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하반기 이후 국내 건설사들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엔저 현상이 계속되면 특히 조달 부문에서 일본 업체들이 더 우수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국내 건설사들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해외 수주 확대를 위한 정부 역할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달 국토교통성이 주관해 해외건설 지원 전략을 수립한 바 있다. 특히 건설업계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민관합동사업(PPP) 확장 전략을 마련하고 정부 간 협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해외 사업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 넛크래커(nutcracker)=경제가 선진국에 비해서는 기술과 품질 경쟁에서, 후발 개발도상국에 비해서는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현상이 '호두까기 기구' 속의 호두와 비슷하다는 데서 따온 비유. 건설업계에서는 국내 건설사가 유럽과 일본, 그리고 인도나 터키 등 후발 건설사들 사이에서 고전을 하고 있음을 이에 빗대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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