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국부펀드 투자가 활발한 가운데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한국은행의 보수적 외환보유고 운용에 큰 변화가 일어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의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가 고수익을 목표로 대규모 주식투자에 나서기로 한 점도 한국 국부펀드 운용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9월 공식 출범한 CIC는 최근 해외투자 다각화를 위한 첫 해외자산운용사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CIC는 총자금 2,000억달러 중 700억달러를 해외투자하기로 정하고 이 중 절반 이상을 주식상품에, 나머지는 채권과 헤지펀드ㆍ부동산 등에 투자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투자비율은 대략 75대25로 전망됐다. CIC의 과감한 주식투자 방침은 보유 미국채의 수익률 하락, 블랙스톤 등 투자한 미 사모펀드 자산 손실 등으로 해외투자 수익률 제고가 시급한 상태인데다 위환화 절상,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으로 연 10%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거둬야 하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금융센터는 CIC의 이번 투자는 과거 안정적인 미국채 투자에서 주식ㆍ펀드 등 고수익ㆍ고위험을 수반하는 금융상품으로의 투자 전환을 의미한다며 이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CIC의 공격적 해외투자와 더불어 이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한국판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의 위상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아시아 금융허브 추진을 위해 우리나라에서도 대형 글로벌 금융기관이 출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KIC의 자금조달 창구를 한은 외환보유고, 연기금 등으로 확대해 해외자산 운용의 기반을 정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는 2005년 출범했지만 아직도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KIC를 제대로 키워보겠다는 구상으로 이를 위해 2,6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외국환평형기금 30억달러(재정경제부)와 외환보유액 170억달러(한은) 등 총 200억달러의 위탁자금을 가지고 지난해 11월부터 투자에 나선 KIC는 자금 규모 면이나 투자 대상 제한 등 여러 면에서 경쟁국의 국부펀드에 한참 뒤져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곳곳에서 KIC 투자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최대 자금줄인 한은은 부채 성격인 외환보유고가 다른 나라의 잉여자금인 국부펀드와는 성격이 달라 자금집행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고 운용 또한 중앙은행이 안정적으로 맡아 처리해야 하는 게 맞다며 KIC로의 추가 위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광주 한은 부총재보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KIC가 위탁 운용하는 한은의 외환보유고는 긴급시 즉각 사용하기 위한 외화자산으로 투자자금이 장기간 고정화되거나 사모펀드 등 리스크가 큰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KIC가 진정한 국부펀드처럼 운용되기 위해서는 외환보유고가 아닌 연기금 등 공공 부문의 여유자금을 위탁받아 투자자금을 확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차기 정부의 의지나 세계적 추세에 비춰볼 때 지금 같은 국부펀드 운용에 어떤 방식으로든 메스가 가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다른 나라 사례나 수익성 측면에서 외환보유고를 보다 적극적으로 운용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새 정부가 들어설 경우 대통령의 적극적인 최고경영자(CEO) 마인드가 보수적 색채의 한은에 스며들어 변화의 압력은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식 금융연구원의 연구원은 “KIC가 한은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해외투자에 나섰지만 주로 채권에 투자하고 주식투자도 상장사에 국한되는 등 투자 대상에 제한이 뒤따른다”며 “차기 정부에서 외환보유고의 잉여자금 투자 활용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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