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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쿠바 "관계 정상화 낙관" "용감한 결정에 감사"… 화기애애

■ 美 - 쿠바 정상 59년만의 만남

"만남 자체가 역사적 의미" "새 시대 열자" 입 모았지만<br>양국 인권문제 등 이견 크고 美 공화 '제재유지'도 걸림돌<br>극도의 인내심 필요한 협상 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저서를 읽었다. 그는 겸손하고도 정직한 사람이다. 미국 내 반대를 무릅쓰고 쿠바 제재를 완화하려는 그의 용감한 결정에 감사한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11일(현지시간) 59년 만에 성사된 양국 정상 간 회동에서 올해 83세인 늙은 쿠바 혁명가는 미국 시카고 시민운동가 출신인 54세의 오바마 대통령에게 극도의 경의를 표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이번 회동에서 긴장감이나 해묵은 적개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냉전시대의 유산에서 벗어나려는 두 정상의 의지가 확인되면서 미국과 쿠바 간 국교 정상화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간문제로 등장했다. 하지만 쿠바의 일당 지배체제나 인권 문제 등에 대한 양국 간 이견이 큰데다 미 공화당이 쿠바 제재 유지를 고수하고 있어 단기간에 관계 정상화 작업이 급물살을 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인내심을 요구하는 협상과정과 속도조절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일단 양국 정상은 "만남 자체가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 뒤 "새로운 시대를 열자"고 입을 모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솔직하고도 유익한 대화였다"며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를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파나마에서 열린 라틴아메리카 시민사회포럼에 참석해 "미국이 자유롭게 남미에 간섭할 수 있는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쿠바 공산당 정권을 붕괴시킬 의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벤저민 로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 담당 부보좌관은 "기존의 정책은 안마당인 중남미 지역에서 쿠바가 아니라 미국을 고립시켰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는 물론 남미 국가들과의 건설적인 관계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카스트로 의장도 "과거 미국이 쿠바에 제재를 가할 때 오바마 대통령은 태어나지도 않았기 때문에 아무런 책임도 없다"고 화답했다. 특히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데 대해 감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과 쿠바 관계가 정상화하려면 아직 갈 길이 험난하다. 가령 양국은 정상회동 이전에 워싱턴과 아바나에 각각 대사관을 개설하려 했지만 미 외교관의 여행 자유화에 대한 의견차이 때문에 실패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회동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양국 간 최대 현안인 쿠바에 대한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와 관련해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오바마 행정부는 쿠바 공산당 정권을 전복시킬 의사는 없지만 인권 보장, 언론과 정치적 자유가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카스트로 정권은 미국이 쿠바 남쪽에 위치한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해 12월 쿠바 여행금지 완화, 송금액 및 일부 무역제한조치 해제 등의 조치를 단행했지만 속도가 느리다고 불평하고 있다. 카스트로 의장도 이날 "인권 등 모든 예민한 문제를 논의하겠지만 굴복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협상과정은 극도의 인내심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와 합의를 도출하더라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나 쿠바에 대한 전면적인 금수조치 해제는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쿠바계 이민자나 공화당은 "관계 정상화는 카스트로 독재정권에 면죄부를 주고 쿠바 내 민주주의 운동가들을 위협할 것"이라며 강력 반대하고 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19개월에 불과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다만 2016년 미 대선에서 공화당이 정권을 장악하더라도 양국 관계가 과거와 같은 냉전시대로 회귀할 가능성도 낮다. 이미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속속 쿠바와의 관계 복원에 나서고 있고 미 기업들도 '더 늦으면 투자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에 의회 로비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에도 미국의 전 농업부 장관 5명이 의회에 금수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쿠바 전문 변호사인 로버트 뮤즈는 "양국 간 무역과 여행이 증가할 경우 다음 정권이 이를 다시 후퇴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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