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분공장 위기가 나라경제를 휘청거리게 만들 수 있을까.
요즘 같으면 어림도 없는 얘기지만 반세기 전에는 그랬다. 제분업은 설탕, 면직물과 더불어 ‘삼백(三白)산업’의 하나로 경제개발 이전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의 하나였으니까.
‘영광의 절정에 섰던 밀가루 공업에 도산의 황혼이 깃들기 시작했다.’ 서울경제의 창간 시리즈인 ‘경제백서’는 밀가루 산업의 위기에 대해 이렇게 썼다. 전국 밀가루 공장의 80%가 운휴에 들어갈 만큼 위기에 직면한 이유는 과잉생산. 소비량이 23만톤 남짓하던 시절에 시설확장 경쟁 속에 70만톤 생산설비를 갖춘 결과는 불황이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흐른 오늘날(2009년말 기준) 밀가루 생산량은 180만7,834톤. 식생활의 서구화로 밀가루 수요가 제분업 역시 식품산업 등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해방 직후 산업화를 선도했던 밀가루의 최대 현안은 자급률. 쌀에 이어 제 2의 주곡으로 자리잡았으나 수요의 99%를 수입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식량 안보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밀의 자급률을 2012년 5%, 2017년 10%로 끌어올리려는 정부의 계획도 식량주권 확보 차원에서 탄생한 것이다.
최근 국제 밀 수급 이상과 가격 급등을 타고 국내 재배 면적이 크게 늘어나 자급률 목표를 조기 달성할 전망이지만 영농 대형화, 생산효율화를 통한 국제가격과의 격차 해소라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양승희 대학생 인턴기자(이화여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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