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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월드컵 쇼크'는 축구뿐만이 아니었다. 축구가 벨기에전 패배로 조 꼴찌를 확정하고 한 달 뒤인 7월 말, 여자골프 초대 월드컵인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한국은 8개국 중 3위에 그쳤다. 대회 전 미국과의 우승 다툼이 확실시됐기 때문에 일본과의 공동 3위는 충격적인 성적이었다.
한국 여자골프가 월드컵 쇼크를 씻기 위해 다시 뭉쳤다. 무대는 한일전. 4개월여 전 월드컵에서는 1승1패로 비겼다. 적지인 일본에서 한 수 위의 실력을 보여줄 차례다. 올해로 12회째인 한일여자프로골프 국가대항전은 오는 6~7일 일본 아이치현 미요시CC 서코스(파72·6,495야드)에서 열린다. 첫날 양 팀 12명씩이 2인 1조로 포볼 스트로크 플레이(각자 공을 쳐 더 좋은 점수를 반영)를 펼치고 2라운드는 12명씩 싱글 스트로크 플레이로 진행된다. 낮은 타수를 기록해 이기면 승점 2점을 받는다. 무승부 1점, 지면 0점이다. 한국은 직전인 지난 2012년 대회에서 23대13으로 이기는 등 역대 전적 6승2무3패를 기록하고 있다. 1999년에 시작된 대회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2009년 이후로는 띄엄띄엄 열리고 있다. 이번 대회 승리 팀에는 3,900만엔(약 3억6,400만원)이 돌아간다.
◇역대 최다 점수 차 나올까=인터내셔널 크라운 3위 뒤 한국 선수들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곧바로 3연승을 거뒀다. 8월부터 14개 대회에서 올린 승수만도 9승. 분노의 몰아치기 주인공들 가운데 박인비·유소연·이미림·김효주·백규정 등 5명이 한일전 명단에 들었다.
한국은 최다 점수 차 승리를 노린다. 17점 차 이상으로 이겨야 신기록이다. 1999년 첫 대회에서 일본이 32대16, 16점 차로 이긴 게 현재 기록. 한국은 2002년 30대18로 이긴 적이 있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 일본 투어 4관왕 안선주, 국내 투어 4관왕 김효주를 앞세운 '한미일 올스타팀'이라면 17점 차 목표도 무리는 아니다. 1·2회 때만 해도 한국은 일본에 큰 점수 차로 졌지만 2002년부터 9개 대회에서는 단 한 번 졌을 뿐이다. 2007년 연장에서 패한 게 전부다. 세계 무대에서의 역전 현상이 한일전에서도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세계랭킹을 보면 25위 안에 한국 선수는 10명에 이르지만 일본 선수는 1명도 없다. 이번 대회 출전 명단만 봐도 일본 선수의 세계랭킹은 43위(오야마 시호)가 최고다. 한국 대표팀은 가장 낮은 선수가 47위(이민영)다.
◇7승 열쇠는 최나연·신지애·김효주 손에=박인비·유소연·김인경과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나간 최나연은 유독 제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김인경과 조를 이룬 포볼 경기에서 일본에 완패했고 마지막 날 1대1 대결에서도 스페인 선수에게 8홀 차로 대패했다. 개인 통산 다섯 번째 한일전을 맞는 최나연은 월드컵에서의 아쉬움까지 더해 필승 각오가 남다르다. 신지애는 한일전 출전 경험이 양 팀 통틀어 가장 많다. 이번이 여섯 번째다. 일본 투어 전념을 선언한 올 시즌을 상금 4위로 마감한 신지애는 상금왕 안선주, 상금 3위 이보미와 함께 '일본파'의 임무를 다할 계획이다. 일본 코스와 일본 선수들의 면면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 원정대의 싱크탱크다. 첫 출전인 김효주가 국가대항전에서도 통할지 지켜보는 것 또한 관전 포인트다. 김효주는 프로에 데뷔하기 전인 2012년 일본 투어에서 각종 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경험이 있다. 롯데그룹과 5년간 65억원이라는 '대박' 계약 뒤 치르는 첫 대회라 더 관심이 쏠린다. 전원이 국내파인 일본은 시즌 3승을 거둔 나리타 미스즈, 일본 투어 통산 15승의 오야마 등이 요주의 인물로 꼽힌다.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출전했던 선수들은 모두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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