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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뱀 꼬리 그리는 '반값 정책'


가뜩이나 물가가 올라 살기 빡빡한데 정부와 여당이 가격인상을 통제하고 대학 등록금마저 반값으로 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니 더 없이 반가운 일이다. 반시장적일지는 모르지만 더 내리고 더 깎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속마음이다. 그러면 교육비 때문에 부채만 늘어나는 가정 형편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지 않겠나. 간절히 바라건대 이왕 도입할 정책이라면 지속적으로 추진되기를 소망한다. 그래야만 어느 순간 혜택이 끊기면서 배제된 사람들의 불만이 쌓이는 일이 없을 테니 말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면서 정책을 제대로 추진한다면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 때 여당이건 야당이건 관계없이 그 쪽에 한 표를 던질 생각이다. 보금자리주택 등 당초 명분 퇴색 하지만 그런 기대보다는 또 다시 갈등만 야기하겠구나 하는 우려가 앞선다. 이미 비슷한 취지로 추진됐던 보금자리주택도 2년여 만에 당초 목표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이 정권은 무주택 서민에게 값싸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그린벨트를 풀어헤쳤다. 벌써 5차 보금자리 지구가 선정됐다. 무주택 서민에게 꾸준히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당초 명분은 퇴색된 지 오래다. 강남권 한두 개 지구에서만 시세의 반값에 공급됐을 뿐 어느 순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과도한 부채를 해소해야 한다는 이유로 시세의 85%까지 높일 수 있도록 조정됐다. 당초에는 50~75%선이었다. 이제 반값에 나올 수 있는 아파트를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돼 버렸다. 속된 말로 먼저 당첨된 사람만 땡잡는 셈이 됐다. 단지 무주택 서민들만 불만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다. 집이 없는 사람만 서민이냐는 반발도 커져 이젠 보금자리주택 청약조건으로 무주택에 소득과 자산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보금자리주택보다 훨씬 가격이 싼 아파트를 갖고 있는 서민들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금자리지구 주변에 내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가뜩이나 하락하고 있는 집값이 더 떨어진다고 아우성이고 건설업체들은 보금자리로 인해 아파트 분양이 되지 않는다며 울상이다.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고집하는 한 이들의 불만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차라리 그린벨트를 푼 지역에 값 비싼 고급아파트를 지어 분양한 뒤 그 수익금으로 무주택 서민을 위해 임대아파트를 짓는 게 나을 수도 있었다. 지금 정치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반값 대학등록금'정책도 이런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묻고 싶다. 대학을 보낼 자식이 있는 사람이나 대학생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재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얼마 못 가 제도를 바꾸거나 지원을 끊으면 혜택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불만만 쌓이는 꼴이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기대보다는 갈등만 야기 우려 대학들은 벌써부터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방안이 우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느 순간 정치권의 주장이 '반값 등록금' 대신 등록금 부담완화라는 표현으로 바뀐 것은 반값까지 등록금을 낮추는 게 쉽지 않다고 느꼈거나 지원 자금이 걱정됐을 터다. 그래서 소득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대학생들은 "우리가 원하는 반값 등록금은 장학금으로 돌려받는 반값이 아니라 등록금 고지서에 찍혀 나오는 반값"이라며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다. '반값 정책'이란 게 국민의 귀를 솔깃하게 하고 명분도 그럴듯해 보이지만 용 머리에 뱀의 꼬리를 그리면서 갈등만 야기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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