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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노동정책의 키워드는 ‘고용’이다. 재직 근로자의 실업을 최소화하고 실직자의 신속한 재취업 등 고용안정을 위해 예산이 대거 투입된다.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일자리를 늘리고 청년인턴제와 해외취업 등을 통해 청년층 취업촉진에도 집중 투자한다. 비정규직법과 최저임금제도 등 법ㆍ제도를 손질하는 것도 지속적인 고용창출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노동법제와 노사문화 패러다임을 고용친화형으로 전환하려는 정부 방침에 대해 노동계가 강력 반발해 내년도 노정관계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직자 재취업 지원에만 1조원 투입=노동부는 내년 고용안정 목적으로만 총 5조4,484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1조729억원이 실직자 취업 알선과 직업훈련 등 재취업 지원에 투입된다. 대량실업 사태에 대비해 ‘실업자 직업훈련’ 대상자를 올해 9만명에서 내년 15만명으로 대폭 늘리고 훈련기간 중에는 생계걱정 없이 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생계비를 저리로 빌려주기로 했다. 실직자와 근로빈곤층 등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실업급여 재원도 총 3조3,265억원(121만명 대상)으로 충분하게 확보했다. 취업이 곤란하고 생활이 어려울 경우 실업급여를 2개월 추가 지급하는 개별연장급여 지급요건을 완화하고 고용사정이 악화될 경우 특별연장급여도 2개월 연장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영세자영업자의 실업급여 임의가입을 허용하는 방안과 자발적 이직자 중에서도 장기 실직자에 대한 생계지원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실직자뿐 아니라 재직 근로자들의 실업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용유지지원금 지원폭도 대폭 확대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임금의 3분의2에서 4분의3까지, 대기업은 임금의 2분의1에서 3분의2까지 휴업ㆍ휴직수당을 지급하고 직업훈련 실시를 조건으로 고용유지지원금의 지급기간을 현재 180일에서 270일로 연장한다. ◇사회서비스 일자리 12만5,000여개 창출=일자리 지키기뿐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데도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 노동부와 보건복지부ㆍ여성부ㆍ보훈처 등 4개 부처는 내년에 35개 분야 총 12만5,000여개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노동부는 지역개발ㆍ환경ㆍ문화 등 앞으로 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분야에서 1만5,000개의 사회적 일자리를 만든다는 목표로 1,885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 내년까지 사회적 기업을 400개로 늘리고 경영컨설팅과 우선구매 등을 지원한다. 폴리텍대학에 ‘웹기반 기계제어’와 같은 유망 분야의 직종을 개설하고 중소기업 청년인턴제와 글로벌 리더 양성사업 등을 통한 청년실업 문제 해소에도 집중 투자가 이뤄진다. 노동부는 내년에 총 실업자가 80만~90만명 규모가 될 것으로 보고 이 같은 일자리 대책을 수립했지만 실업자가 100만명에 근접하는 등 고용상황이 계속 악화될 경우에 대비한 비상계획(contingency plan)도 세워놓았다. 고용이 어려운 업종을 대상으로 고용유지 지원을 확대하고 실업자 직업훈련과 사회적 일자리를 각각 3만명과 4만명 더 늘리고 실업급여도 증액한다는 계획이다. 노동부는 예산의 70%를 상반기 내 조기 집행해 고용위기 상황에 적극 대처하는 한편 한국고용정보원에 ‘고용대첵ㆍ재정집행 모니터링센터(가칭)’를 설치해 사업 추진상황을 점검해나갈 예정이다. ◇ 법ㆍ제도 선진화, 노동계 강력 반발 예상=법ㆍ제도 분야에서는 비정규직법 개정이 예정대로 추진되고 근로기준 관련 법ㆍ제도도 손질된다.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 이상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비정규직법 개정이 당초 계획대로 내년 초 국회 처리를 목표로 추진된다. 파트타임 근로자 등 기간제한 적용 예외를 확대하고 파견 허용업무도 현행 32종에서 더 늘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회보험 수혜율을 높이고 정규직 전환 중소기업에는 법인세를 공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규직 전환에 따른 사용자 부담 완화 방안도 마련해 금명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업무보고에는 고용ㆍ임금ㆍ근로시간 등 근로기준법제를 유연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노동부는 또 노사갈등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자동차ㆍ공공ㆍ금융ㆍ보건ㆍ건설업을 중심으로 ‘노사관계 취약업종 민관 합동 TF’를 운영하고 핵심사업장 15곳과 노사분규 취약사업장 350곳을 선정, 중점 관리할 계획이다. 또 교섭문화를 바꾸기 위해 현재 1년 단위로 돼 있는 임금 교섭주기를 2년으로 연장하는 것을 지도해나가기로 했다. 이미 비정규직법 개정과 최저임금제도 개선을 놓고 노사정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근로기준법제 유연화까지 추진하기로 하면서 내년에도 노정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내년에는 복수노조 허용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같은 ‘폭발성’이 큰 문제도 집중 논의돼야 하는 상황이어서 법 개정과 제도화까지는 험난한 과정을 겪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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