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증시, 풍요속의 빈곤] ‘증시주권’ 회복 시급하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한국 주식을 사주는 한에 있어 한국 증시의 산타클로스다. 하지만 모두에게 골고루 선물을 나눠주는 산타클로스는 아니다. 더구나 상황이 변하면 얄궂은 악마로 변하기도 한다.” 얼마 전 `한국증시에 한국은 없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낸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외국의 말이다.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외국인이 사들이는 일부 대형주만 오르고, 개인들이 선호하는 주식들의 움직임은 영 신통치 않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에 의해 주도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더 이상 한국 증시가 외국인들만의 잔치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구나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의 `산타클로스`는 더 더욱 아니다.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투자자일 뿐이다. 올 들어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11조원이 넘는 주식을 사들였지만 언제까지 외국인들의 이 같은 매수세가 이어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외국인들이 그간의 순매수 행진을 마감하고 차익실현이나 한국경제에 대한 실망을 이유로 매도공세로 돌아섰을 때 국내 증시나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상상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불과 6년 전인 지난 97년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이해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간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2조원이 넘는 주식을 집중적으로 처분했고, 이에 따라 같은기간 종합주가지수는 760포인트에서 350포인트로 반토막 아래로 추락했다. 이는 IMF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했다. 97년 동남아 금융위기의 진앙지였던 타이 정부도 외국인들의 주식투자자금을 장기자금으로 판단하고 과도한 설비투자에 나서는 등 방심한 결과, 바트화 폭락과 함께 외국인 자금이 일순간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사태가 발생하며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이들 사례는 외국인 주도 증시의 허약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과제라는 점을 말해준다. 전문가들은 우선 기관 투자가가 증시의 안전판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되찾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대송 대신증권 사장은 “국내 기관투자가는 리스크 관리를 중시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채권중심의 투자를 하고 있으며, 단기간의 성과측정과 책임문제로 인해 소극적인 매매로 일관하고 있다”며 “펀드매니저의 평가기간을 1년이상으로 늘리는 등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중장기투자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용 증권연구원장도 “증시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선진국들의 경우 공통적으로 연금 등 계약형 저축기관의 주식투자 비중이 상당히 높다”며 “우리의 경우도 국민연금 등 연금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고 꾸준한 주식투자를 통해 증시의 변동성을 줄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증시를 여태껏 외면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발길을 주식시장으로 돌려놓는 방안도 시급하다. 지난 90년대 미국 증시의 10년 장기호황은 우량한 주식을 사면 돈을 벌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종수 대우증권 사장은 “개인자금을 증시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세제혜택 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주식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근본적인 불안감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를 위해 기업들의 지배구조 및 회계 투명성 개선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