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75는 조훈현이 진작부터 노려온 공격의 급소였다. 백76에 노타임으로 77. 이것으로 거대한 백대마는 두동강이 났다. 백78로 머리를 내민 것은 절대수. 기세상으로는 참고도1의 백1에 뚫고 싶지만 흑2를 얻어맞고 나면 상변의 백대마가 그대로 절명이다. 우변의 흑대마는 A로 따내는 수가 선수이므로 잘 죽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흑의 일방적인 공격에 백이 다급하게 쫓기는 양상이었다. 백의 행마는 땅강아지처럼 제자리걸음을 하고 흑의 행마는 사나운 독수리처럼 휙휙 날았다. 백80, 82, 86의 굴욕적인 모습과 흑83, 87의 시원스러운 모습이 너무도 대조적이다. 백88은 노림을 품은 수순. 흑89로 슬쩍 물러선 것은 그 노림을 무력화시킨 응수. 무심코 참고도2의 흑1에 차단했다가는 백2 이하 6의 수순으로 두 개의 백대마가 연결되어 버린다. 검토실에서 모니터로 이 바둑의 진행을 보던 서봉수9단이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가엾은 창하오. 용코로 걸려들었군.” 상변의 백대마는 98로, 중앙의 백대마는 100으로 각각 고개를 내밀었지만 아직 갈길이 멀어 보인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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