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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11월6일] 사하라 대행진


1975년 11월6일 오전9시, 모로코 남부 도시 파르타야. 35만명의 민간인들이 국경을 넘었다. 목적지는 스페인령 사하라. 모로코 국기와 코란을 든 행렬은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쳤다. ‘식민통치자 물러나라’ ‘조상의 땅을 되찾자’. 비무장 민간인들이 열사의 땅으로 들어간 이유는 식민지 처리방식에 대한 불만. 사하라의 장래를 주민투표로 결정한다는 국제사법재판소의 결의가 자칫 분리독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경에 지뢰 2만개를 살포한 스페인의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행렬은 꾸역꾸역 몰려들었다. 차량 1만여대를 포함한 행렬의 길이만 120㎞. 스페인은 결국 손을 들었다. 대행진 8일째인 11월14일 사하라 식민지를 모로코와 인접국 모리타니에 넘긴다는 마드리드협약을 맺었다. ‘녹색행진(Green March)’으로 불린 행렬도 각기 고향으로 돌아갔다. 문제는 새로운 분쟁이 잉태됐다는 점.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린 탓이다. 미국은 친서방적인 모로코를 지지, 사하라의 대부분을 몰아줬지만 스페인은 분리독립을 원하는 사하라해방전선(SADRㆍ사하라아랍민주공화국)을 뒤에서 지원했다. 지하자원채굴권을 보장 받기 위해서다. 스페인군이 이듬해 초 철수한 뒤 모로코와 SADR는 주민투표에 수 차례 합의하고도 투표 대상 선정에 관한 이견으로 지금껏 동족 간 대립을 계속하고 있다. 제2의 동티모르 사태로 비화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첨예한 갈등에 깔린 것은 자원. 비료의 원료이자 우라늄을 추출할 수 있는 인(燐)광석 세계 매장량의 70%가 사막에 깔려 있다. 철광석도 풍부하고 석유부존 가능성도 높다. 각국 정상이 잇따라 사하라사막 인접국을 방문하고 미군이 아프리카 사령부 창설을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돈과 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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