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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우주 푸념

정기홍 <서울보증보험 사장>

[로터리] 우주 푸념 정기홍 얼마 전 사상 최대의 해일이 남아시아 해변을 덮쳤다. 그 엄청난 위력 앞에 수십만 명의 목숨이 낙엽처럼 흩날렸다. TV 자막에 사고소식이 전해지자 크리스마스 휴가차 푸껫으로 떠난 친구의 생사가 걱정됐다. 전화연결이 안돼 깜깜무소식이던 그 친구가 며칠 후 당당히 살아 돌아왔다. 나는 죽은 사람이 환생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막상 당사자는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그는 여행경비를 아끼느라 해변에서 3블록이나 떨어진 허름한 여관에서 늦잠을 자느라 바로 코앞에서 그 끔찍한 재앙이 닥친 줄도 몰랐다고 한다. 다소 허망했지만, 대자연의 가공할 분노와 위력 때문에 새삼 공포감에 휩싸였다. 바쁜 일상으로 오래도록 의식의 한 갈피 속에 묻어두었던 우주에 대한 경외가 한꺼번에 되살아난다. 우리가 사는 이곳은 우주 한구석에 자리잡은 조그마한 행성에 불과하다. 그것도 똑딱하는 사이에 무려 30㎞나 달리면서 스스로도 똑딱하는 사이에 350m나 빙글빙글 도는 어지러운 땅이란 말이다. 십수년 전 어린 딸아이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가서 접시의자를 타본 기억이 있다. 불과 몇 분 앉아 있었는데도 어찌나 어지러운지 정신을 못 차렸는데 지구는 더 엄청난 속도로 도는데도 왜 아무렇지 않나. 우주 안에는 수천억개의 은하계가 있고 또 이런 은하계 하나하나에는 지구와 같은 별들이 수천억개씩이나 있다고 한다. 별들간의 거리 또한 너무나 멀기 때문에 끝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태양에서 지구까지는 약 8광분(光分)이 조금 넘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요즈음 우리를 따스하게 비춰주는 봄볕은 태양에서 출발하여 8분 동안 우주공간을 날아 이곳에 도착한 셈이다. 우리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진 은하계는 대략 130억광년 거리에 있다. 성능 좋은 망원경으로 이 은하계를 관찰한다 해도 우리는 이미 130억년 전 모습을 볼 뿐이다. 삶이 어렵고 힘들게 느껴질 때는 가끔 우주의 거대함과 오묘함을 머리 속에 그리며 심호흡을 해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큰 땅덩어리가 우주 속에서는 작은 먼지에 불과할진대 그 속에 나는 뭐 그리 대단하단 말인가. 권한을 손에 쥐었다고 뽐낼 일도 없다. 내 몫을 찾아 먹겠다고 아등바등하는 꼴도 추해 보인다. 빚이 많고 가난하다고 자살할 필요도 없다. 승진 대열에 끼지 못했다고 자존심 구길 일도 없다. 그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똑딱하면 스러질 한낱 보잘 것 없는 미물에 불과한 것을….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자. 세상을 크게 보지 못하고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는 어리석은 중생임을 인정하고 서로간에 더욱 배려하고 사랑하며 살자. 잠시 동안일지라도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고통을 안겨서야 되겠는가. 입력시간 : 2005-03-0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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