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인 김이슬(가명)양은 최근 방학숙제 가운데 하나인 독서감상문을 쓰던 중 관련 정보를 찾기 위해 인터넷에 책 제목을 입력했다. 그런데 검색 결과 일부 네티즌이 올린 'OO책 줄거리 좀 알려주세요' 'OO책 독후감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들이 여러 건 올라와 있었다. 답글에 달린 숙제 자료 사이트에 들어간 김양은 해당 독후감의 일부를 무료로 볼 수 있었다. 김양은 "솔직히 책은 절반 정도 읽다가 덮었다"며 "숙제 자료 사이트에 나온 줄거리와 결말을 보고 독후감을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 '방학숙제 자료'를 구해 '베끼기'로 숙제를 해결하는 학생들이 늘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 보급의 활성화로 초등학생들도 능숙하게 컴퓨터 프로그램 및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대학생들 사이에서 문제가 됐던 '리포트 베끼기'가 어느덧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 되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저렴한 비용을 앞세워 숙제 자료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사이트는 숙제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려 놓고 한번 다운로드 받을 때마다 일정 포인트를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포인트는 가입시 무료로 일부가 주어지기도 하고 휴대폰으로 간편하게 소액결제가 가능해 어린 학생들이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심지어 일부 사이트는 '자신의 숙제를 등록해 사이트에 올릴 경우 현금 또는 포인트를 준다'고 광고하고 있고 찾고 있는 숙제 자료가 없을 경우에 대비해 자료 요청 서비스까지 갖추고 있다. 숙제를 초ㆍ중ㆍ고등학생용으로 구분해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도 학생들의 편법 숙제를 조장하고 있다. 학생 수준에 비해 어려운 단어나 문장ㆍ표현이 숙제에 사용될 경우 선생님에게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해당 학년의 어휘력을 고려한 수준별 숙제를 제공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김연자(43)씨는 "최근 아이가 방학 동안 공부를 하지 않아 '방학 숙제를 하라'고 다그쳤더니 '인터넷에서 몇 분만 돌아다니면(자료 검색을 하면) 쉽게 숙제를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며 "'친구들도 그렇게 하는데 뭐가 문제냐'며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해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초등학교 교사는 "독후감이나 기행문의 경우 일부 학생들의 숙제에서 똑같은 표현이 여러 번 나오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학생들은 베낀 문서의 오타까지도 겹치는 경우가 있었다"며 "체험에 의미가 큰 기행문은 물론 일기마저도 인터넷 사이트에 의존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꺼번에 밀린 숙제를 해결하겠다는 조급함이 문제라며 일정한 계획하에 숙제를 하는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부모가 함께 자녀의 방학숙제 일정을 관리하면서 적당한 도움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방학숙제는 학기에 할 수 없었던 정서를 함양하고 경험을 제공해주기 위한 것인 만큼 학부모가 함께 자녀의 방학숙제 수행을 관리하면서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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