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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성 가난때문에 한국 시집왔다는 편견 버려야"

대구 VWCC 상담팀장 티하이엔

“베트남인들이 가난을 못 이겨 한국에 시집왔다는 식의 편견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대구 지역 시민단체인 베트남여성문화센터(VWCC)에서 전화상담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티하이엔(39)씨. 그는 10대 후반~20대 초반에 한국에 시집온 베트남 새댁들의 다양한 고민을 전화로 상담해줘 주부들 사이에서는 얼굴은 모르지만 목소리는 다 아는 ‘큰언니’로 통한다. 티하이엔씨는 VCWW에서 베트남인 상담원 2명과 함께 하루평균 50여통의 전화를 받는다. 남편이 ‘사장님’인 줄 알고 시집을 왔는데 알고 보니 빈털터리라며 한숨을 쉬는 새댁에서부터 아이를 갖고 싶은데 전처와의 사이에 자식이 이미 있다며 남편이 임신중절을 요구한다는 결혼 수년차 주부까지 다양한 사연을 듣는다. “국제결혼이 별것입니까. 사람과 사람의 문제죠. 외국인이라고 가정사를 숨기거나 ‘아무것도 모른다’고 무시하면 주부들에게는 큰 상처가 돼요. 우리 신부들도 한국에 살 준비가 전혀 안 돼 걱정입니다. 결혼 전 베트남에서 미리 한국어와 한국 풍습을 배울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한국인과 결혼해 대구 근교에서 11년을 산 티하이엔씨는 시집을 오기 전에도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익숙했다. 고향인 베트남 중부 냐짱(Nha Trang)시를 떠나 호찌민시에서 5년간 한국 회사 직원으로 일했기 때문. 남편은 그때 만나 2년을 사귀다 결혼했다. 당시 그녀에게 한국은 ‘성격 급하고 외국인에게 소리 잘 지르는 사람들의 나라’에 불과했다. 직장생활에 부대끼는 한국인 동료들의 모습이 그대로 박힌 것. 그나마 결혼 뒤 시댁 식구들의 소탈한 정(情)에 반해 적응이 빨랐다고 한다. 그는 “대다수 베트남 신부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잘사는 좋은 나라’ 정도의 생각만 갖고 온 뒤 이래저래 실망하게 되는데 내 경우는 완전히 정반대였다”며 “초등학교를 다니는 두 딸이 컸을 때는 다문화 가정이 겪는 편견도 없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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