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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알고 당하고 모르고 당하고 당국은 “물증없어 …“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중은행들의 금리 및 수수료 결정과정에서의 불공정 행위를 단속하기 위한 조사를 벌였지만 끝내 `물증`을 잡지 못했다. `심증`은 있었지만 불공정행위를 입증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은행과 보험사의 금리 담합이나 사업비 과다책정 등의 의혹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경기침체로 경영이 어려워진 금융회사들이 금융상품의 가격체계를 왜곡해 `은밀하게` 이익을 챙기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가격결정 메커니즘이 복잡한 금융상품의 특성 때문에 소비자는 알고도 당하고 모르고도 당한다. 감독당국 역시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제대로 지도감독을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들이 자신의 이익과 직결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금융회사를 직접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정부와 금융당국도 `금융시스템의 안정`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금융소비자 보호에 보다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금리결정은 은행 유리한대로(?)= 지난 3월 SK글로벌 사태가 터지면서 시장금리가 크게 뛰었지만 그 때 예금금리를 올린 은행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사태가 진정되고 4월부터 금리가 급격히 떨어지자 은행들은 줄줄이 예금금리를 내렸다. 대형시중은행이 먼저 금리를 내리면 나머지 은행들이 시차를 두고 그대로 따라하는 식의 도미노식 금리인하가 지난 7월까지 4,5차례 되풀이됐다. 금리인하폭과 대상이 되는 예금상품 역시 은행별로 거의 차이가 없어 `담합`이라는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유야무야 넘어가고 말았다. 그러다 지난 9월부터 한달여 동안 금리가 꾸준히 오르고 앞으로도 금리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인데도 예금이자를 더 주겠다는 은행은 거의 없다. 뒤늦게 우리은행이 대형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0.2%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했지만 아직 다른 시중은행들은 눈치만 보고 있다. 그러나 대출은 철저히 `변동금리`다. 주택담보대출의 90% 이상이 시장금리(주로 양도성예금증서 수익률)에 연동되며 며칠간의 시차를 두고 즉시 반영된다. 이러한 `예금금리 늑장 인상, 대출금리 즉시 상승`의 구조가 은행의 이익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이를 개인적으로 따지기는 어렵다. ◇ `비차익`은 챙기고 `이차손`은 고객에 떠넘기고=생명보험회사들은 지난 2002 회계연도에 3조8,994억원의 비차익(책정한 사업비가 남아 발생한 이익)과 1조5,000억원의 사차익(추정한 사망률보다 실제 사망률이 낮아 보험금 지급이 줄어 생긴 이익)을 바탕으로 2조8,000억원 가량의 사상 최대이익을 냈다. 문제는 이러한 영업외 이익이 이미 보험상품의 가격에 반영돼 있는 것이라는 점이다. 사업비와 사망률을 추정해 미리 보험료로 책정해 놓고 결국 예상과 달라 이익이 남았다는 얘기다. 보험사들은 이렇게 챙긴 이익은 적당히 둘러대고 넘어가면서 지난 상반기 시장금리가 많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예정이율을 내리고 보험료를 인상하려 하고 있다. 예정이율이 실제 운용수익률에 비해 너무 높아 이차손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2금융권은 대부업체나 다름없어=대형 할부사의 개인대출금리는 최고 연33%까지 치솟았다. 연체금리도 9%를 추가해 받고, 여기에 3~3.5%의 대출취급 수수료까지 이자와는 별도로 뗀다. 특히 신용도가 낮은 하위등급고객들의 대출이자를 집중적으로 높여 대환이나 만기연장을 원하는 고객들의 부담이 크다. 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금리는 60% 안팎이다. 일부 저축은행은 법정이자율 상한선인 연66% 를 받는 곳도 있다. 대부업체도 그 이상은 못 받는다. 저축은행의 경우 수신기능이 있어 연6%대의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폭리` 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업계는 `연체율이 높아져 어쩔 수 없으며, 금리가 높아도 대출수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연체율이 높은 것은 대출영업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있다는 얘기는 연체를 할 수 밖에 없는 `잠재적 신용불량자`를 가려내지 못하고 장사를 한다는 말이다. ◇정부ㆍ소비자 함께 하는 감독제도필요=전문가들은 이처럼 불합리한 금융상품 가격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감독당국의 적극적인 개입과 소비자들이 가격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소비자들이 부당한 대출금리의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 `대출금리 인하권 제도`를 개념적으로 확대해 `예금금리 인상권` 이나 `적정 보험료 재심 청구권`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의 운영이나 제도개선에 초점이 맞춰진 금융감독당국의 업무범위를 `소비자 보호`로 적극 확대해 소비자들의 요구가 있을 경우 각 금융사의 금융상품 가격체계에 대한 조사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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