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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종의 글로벌 워치] 네오콘의 세계은행 접수

"미국만의 世銀" 개혁기회 될수도 <br>"울포위츠 지명은 개도국 길들이기 의도" 반발확산<BR>신흥국 달러넘치고 美 빚더미 '글로벌 불균형'속<BR>이젠 IMF 등 국제 경제기구 지배구조 개선할 때



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부장관의 세계은행 총재 지명으로 지구촌이 시끄럽다. 네오콘의 국제경제기구 접수 시도의 의미는? 미국이 빚에 몰린 처지와 무관치 않게 보인다. 신흥권엔 달러가 넘치고 미국은 빚이 산더미인 이른바 ‘글로벌 불균형’의 상황은 강대국들만의 판이 돼온 국제 경제기구 개혁의 기회로서의 정황적 의미도 있다는 얘기다. 명분 없는 이라크전의 화약냄새가 채 가시기 전 그 기획자의 세계은행(WB) 수장 지명이 몰고 온 파장은 여러 각도다. 그 중 큰 가닥은 정치에서 경제 패권으로 넓혀가는 ‘미국주의’ 확산 시도. 또 한편으론 미국의 전위병으로 비난 받아온 WB와 그 형제 기구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이번 일을 계기로 오히려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부시의 울포위츠 지명을 그 같은 변혁에 대한 선제적 조치로 볼 수 있는 근거는 그 같은 배경 아래서다. ▦IMF 그리고 세계은행은 미국의 용병?=‘월스트릿-미 재무부’ 이른바 ‘W-T(Wallstreet-Treasury) 복합체’. 사가(史家)들이 규정하는 냉전 후 경제전쟁아래서의 글로벌지배체제다. 미-소간 냉전 당시 미국의 ‘군산(軍産) 복합체’와 비교되는 개념이다. W-T복합체제하 지구촌 경제 사실상의 컨트롤 타워 미 월스트릿내 둥지를 틀고 있는 거대 금융자본은 다른 나라 시장에 진입하기를 원하며 좀 더 근본적으로는 자본 계정의 호환성이 보장되어 전세계에서 활동하기를 바라고 있다. 미 컬럼비아 대학 자그디시 바그와티 교수는 국제전문지 포린 어페어즈에서 IMF와 WB가 W-T 복합체제하 일원으로 미국 경제의 용병 역할을 하고 있다고 규정,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 낸 바 있다. 브레튼우즈 협약으로 지난 1946년 창설된 양기구가 설립 초기 지구촌 경제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한 순기능에도 불구 많은 비난을 받아온 건 특히 지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다. 바그와티 교수의 지적처럼 W-T체제의 일원으로 미국, 특히 금융자본의 이익에만 부합된 정책을 펴왔다는 비난이 비등하면서다. 실제 아시아와 남미 등에서 이들 국제기구의 지원과 통제를 받았던 국가 경제가 ‘소프트랜딩’한 케이스는 별로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바그와티 교수의 이어지는 말이다. “IMF와 WB는 스스로를 시스템 전반을 운영하는 최고 지휘부라 생각하며 자본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로운 포트폴리오 자본의 이동 없이는 세계가 작동할 수 없고 성장률이 폭락할 것이라는 이들 기구 주장은 이데올로기적 속임수다.” IMF와 WB 양대 기구가 미 국익을 대변하고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미 월가 출신들이 이사회 등 주요 요직을 점령하고 있는 기구내 구조적 문제가 출발점이다. ▦울포위츠 지명, 미 W-T복합체제 강화 저의=“산업화 과정에 있는 신흥시장은 미국인 투자가에게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심각한 고령화 사회에 직면한 선진국들에게 신흥시장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나 이들 나라 대부분은 투명하게 운영되지 않는다. IMF와 WB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수단이다.” 미국의 관변 국제경제연구소 애덤 포슨 수석연구원의 주장은 미국 주도의 글로벌화, 그리고 IMFㆍWB가 가는 방향을 말해주고 있다. 과거 미국이 뒤를 밀어준 대가로 IMF의 지원을 받은 수 있던 나라들과 그 반대의 여러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자(前者) 그리고 베트남은 후자의 대표적 사례다. 비판론자들은 특히 양 기구가 월가의 금융자본가들에는 약한 모습을, 개도국들에게는 군림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강력 비난하고 있다. 울포위츠의 지명을 해외원조 자금을 삭감하고 연 200억 달러의 WB 운용 자금을 개발도상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강화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로 보는 세계의 시각은 결코 억지 추정이 아니다. 실제 체니 부통령은 지난 주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부시 행정부의 대외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감과 미국의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고 민주주의 확산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세계기구를 장악한 뒤 민간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W-T체제 강화를 노골적으로 선언한 말이다. ▦글로벌 불균형 상황, 국제경제기구 지배구조 변화의 기회=어깨에 잔뜩 힘을 준 부시의 큰 소리에도 불구 그러나 지금 미국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실상 유례없는 위기 상황이다. 워싱턴의 일방주의로 심화된 정치적 고립의 처지는 차치하고 무엇보다 파산지경의 살림살이 때문이다. 세계잉여저축의 75%에 이르는 천문학적 빚은 이제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해결 불가능한 상황으로까지 몰리고 있다. 기축통화국이 갖는 프리미엄, 이른바 ‘세뇨리지’(seigniorage) 효과만 없다면 이미 파산의 처지인 미국은 그래서 지구촌을 미국 표준에 맞추고 그에 따라 세계를 쥐락 펴락하려는 시도를 정치에 이어 경제 부문에서 국가안보 차원으로 강화하고 있다. 국제경제기구 존재를 그 유용한 수단으로 삼으려 하는 시도가 울포위츠의 WB 총재 지명으로 다시 한번 확인된 상황이다. 지금 신흥시장 입장에선 미국을 필두로 한 구미국들이 거대 채무국이고 자신들이 채권국인 현재의 글로벌 불균형 구조가 국제경제기구들의 지배구조 변화를 이끌어 내기에 전례 없는 좋은 여건으로 볼 수 있는 측면이 분명 있다. 무엇보다 보유한 막대한 달러로 미국에 맞설 힘이 신흥국들에 점차 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대기구 정책 결정과정에서의 비민주적 요소를 이제는 신흥국들의 참여로 제거, 몇 나라들만의 세계경제 판을 다시 짤 수 있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다. 울포위츠가 31일 세계은행 총재로 최종 선출이 된다 해도 이번 기회에 국제 경제 기구 지배구조를 개선시켜야 함은 글로벌 경제를 위한 선(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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