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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통합거래소의 성공조건

강정호 선물거래소 이사장

[기고] 통합거래소의 성공조건 강정호 선물거래소 이사장 강정호 선물거래소 이사장 증권거래소와 코스닥, 선물거래소를 하나로 묶는 통합거래소 설립 작업이 당초 일정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 3개 시장에 대한 자산 실사가 끝났고 증권회사ㆍ선물회사 등 향후 주주에 대한 주식배분 기준도 마련됐다. 우리나라의 증권ㆍ선물시장 통합은 선진국에 비해 4~5년 정도 늦기는 했지만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력ㆍ전산비용은 줄어들고 한국시장의 국제적 인지도는 높아지며 증권ㆍ선물업의 벽이 낮아져 시장기반이 확대될 것이다. 국제ㆍ선진시장 도약 기회 우리는 금번 통합을 계기로 세계 일등 거래소가 되기 위한 비전을 가꿔야 한다. 물리적 통합 차원을 넘어 국제경쟁력을 갖춘 거래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외형뿐만 아니라 속까지 바꾸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일하는 방식과 지배구조를 선진형으로 갖춰야 한다. 거래소는 자본시장의 중심이다. 거래소가 모범을 보이면 우리나라 기업전체의 투명성ㆍ건전성이 빠르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통합거래소가 회원제가 아닌 주식회사로 바뀐다 하더라도 회원사가 주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 회원의 이익을 중시하는 관행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증자를 할 경우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제한해서라도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의 참여의 폭을 높일 필요가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선진 거래소의 성공요인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제대로 된 주식회사들이다. 주주가치와 수익성이 중시된다. 거래소가 일반기업과 함께 상장돼 ‘수익증대=주가상승’이라는 등식이 생겨 경영 효율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성공한 거래소는 모두 뛰어난 전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때로는 경쟁 상대인 거래소의 시스템을 가져다 쓰기도 한다. 또 피(被)합병을 자청하기도 한다. 런던금융선물거래소는 3년 전 유로넥스트에 의한 피합병을 선언했다. 경영진이나 직원 충원도 상당히 개방적이다. 세계 1위의 선물거래소인 유렉스 직원들의 출신국가는 총 18개국에 달한다. 또 이용편의와 거래비용 절감이 전략의 핵심이다. 오늘날은 자유화ㆍ정보화 환경 하에서 동일한 투자자를 두고 유치경쟁을 하고 있다. 이번 통합은 우물 안에 머물던 우리 자본ㆍ선물시장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렇다고 리스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자발적인 통합이 아니라는 점에서 거래소간의 갈등이 상당 기간 지속될 위험이 있다. 일하는 방식도 한쪽에서는 연공서열ㆍ직급 중심의 다단계 품의 관행이 배어 있고 다른쪽에서는 강력한 성과주의ㆍ슬림조직ㆍ전자경영ㆍ스피드경영이 뿌리내려 있다. 직원들의 외국어 능력이나 석ㆍ박사 학위 소지자의 비중도 차이가 크다. 이러한 차이를 조기 해소하기 위해서는 초기단계에 강력한 융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싱가포르나 홍콩의 경우 거래소의 주식회사 전환이 4~5년 전에 이루어졌음에도 이제서야 조직 통합을 추진 중인 실정이다. 관료적 운영관행 탈피를 우리는 초기단계부터 선진형 방식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노조간 갈등을 봉합하는 타협ㆍ절충 방식이 아니라 비전에 입각해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무엇보다도 성과를 중시하는 조직으로 재편돼야 한다. 사람은 평가 잣대에 따라 행동 양식이 달라진다. 또 주주ㆍ이사회ㆍ경영진도 거래소가 시장ㆍ고객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구성돼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명망 있는 외국 기관투자가와 해외거래소를 주주로 초청하고 해외시장에서 실전경험을 쌓은 인물들을 경영진으로 영입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痼甄? 홍콩ㆍ싱가포르도 이런 방식으로 국제화 수준을 단기간에 높였다. 통합거래소의 설립으로 통합 작업이 완결되는 것은 아니다. 최소 2~3년 내에 선진거래소의 일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간의 관료적인 거래소운영 관행(exchange bureaucracy)을 털어버리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통합거래소가 빠른 시간 안에 국제경쟁력을 갖춰야만 의미 있는 시장으로 존립할 수 있다. 입력시간 : 2004-06-1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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