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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2월 14일] 관장 없는 미술관

"글쎄요, 다음주에는 결정될 거라고 하네요." 기자가 공석인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인선에 대해 묻자 되돌아온 관계자의 답변이다. 하지만 '다음주'라고 한 게 벌써 몇 달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김윤수 전 관장의 계약해지를 결정한 것이 지난해 11월7일이었다. 국내 최고의 미술관이 관장 없이 100일 이상 방치된 것이다. 현재 기획운영단장이 관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이다. 당초 문화부는 공모를 통해 12월 말이나 늦어도 1월 초에는 관장을 임명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벌써 2월 중순이다. 애초 계획보다 두 달이나 늦어진 것이다. 게다가 국립현대미술관은 전시 기획을 총괄하는 학예실장도 공석이다. 최승훈 전 실장이 임기만료로 지난해 물러났기 때문이다. 지금은 덕수궁 미술관장이 실장 권한대행을 맡아 서울시내에 있는 덕수궁과 과천 미술관을 바쁘게 오가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문화라는 바닷길을 열어가는 큰 배라고 한다면 항로를 이끄는 선장 격인 관장과 일등항해사인 학예실장이 모두 부재 중인 상황이다. 얼마 전에는 관장 공모를 통해 배순훈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비롯한 몇명의 인사가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있었지만 하마평만 분분하고 정작 임명은 계속 연기되고 있다. 또 유능한 인물은 많은데 적합한 인사가 없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에 대해 미술계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최고경영자(CEO)형 관장을 찾는데 이에 걸맞은 관장 후보가 딱히 나서지 않기 때문에 자꾸 미뤄진다는 설도 나돈다. 하지만 기자의 머리 속에서는 '네 달이나 관장 자리를 비워둘 정도로 그렇게 사람이 없을까' '그리고 꼭 CEO형 관장이어야만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문다. 수준 있는 기획전은 1년 이상 공을 들여 준비해도 부족한데 구심점 없이 4개월이나 버텨온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 전시 수준이 걱정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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