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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씨 설연휴…고향 민심은 한겨울

참여정부 실정등 영향 정치에 극도의 불신감<br>대선 공방에도 "입에 올리기조차 싫다" 체념<br>지방경기·부동산등 경제문제엔 가족간 열띤 논쟁

설 연휴 민심은 대선 후보를 둘러싼 정치공방보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지방경기 걱정에 더 쏠려 있었다. 연휴 마지막날인 19일 고향의 정이 듬뿍 담긴 선물꾸러미를 든 귀성객들이 서울역을 빠져나오고 있다. /최종욱기자

봄날씨처럼 포근한 설 연휴였지만 고향의 민심은 여전히 한겨울을 방불케 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불거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선거법 위반 위증 대가 금품제공 주장 등 대선을 둘러싼 정치공방에 대해서도 민심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 등 극도의 불신을 드러냈다. 여야는 설 연휴 동안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별 소득은 얻지 못한 것 같았다. 현정부에 대해서는 지역을 가릴 것 없이 ‘입에 올리기조차 싫다’는 체념 상태로 들어서고 있었다. 반면 경제 문제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특히 내수침체와 더불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지방경기, 잠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문제 등을 놓고 가족들간에도 뜨거운 논란을 벌일 정도였다. 고건 전 국무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전북의 민심은 정치를 떠나 있었다. 임실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곽기옥(31)씨는 “고 전 총리가 합리적인 분이어서 대통령이 된다면 무난히 국정을 이끌 것으로 봤는데 중도사퇴가 아쉽기는 하다”면서도 “지금 거론되는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지금보다 나을 것 같아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의원들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여론 군불 지피기에 나섰던 충청 지역에서는 미풍조차 감지되지 않고 있다. 대전 유성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는 송기상(38)씨는 “말 많고 탈 많은 정치는 이제 좀 그만 봤으면 좋겠다”며 “정 전 총장도 이름은 들어봤는데 구체적으로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대구ㆍ경북 지역 민심은 더욱 흉흉했다. 참여정부에 대해서는 “이제 입에 올리기조차 싫다”며 손사래를 쳤다. 대구시내 동성로에서 컴퓨터학원을 운영하는 유성우(41)씨는 “지난 선거 때는 참신함을 기대해 지역정서에 맞지 않더라도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는데 4년 내내 후회만 했다”며 “기대도 접은 지 오래고 누가 되든 빨리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극도의 불신을 나타냈다. 가족들의 대화에서 정치는 밀려난 반면 경제는 주요한 화제였다. 특히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둔산지구 탄방주공아파트의 한 주민은 “강남 집값 잡겠다고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다 보니 20년이 넘었는데 재건축이 어렵게 됐다”며 “지방 사람들은 재건축으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도 아니고 새 아파트에서 살아보겠다는 바람 하나인데 서울과 지방을 똑같이 규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전 노은지구에 사는 김두진(36)씨는 “행정수도 이전이다, 대전 서남부권 개발이다 해서 부동산 가격이 최근 2년간 많이 올랐는데 최근에는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 같다”며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부동산 가격이 계속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싸늘하게 식은 지방경기에 대해서는 원망과 하소연이 쏟아졌다. “이전에는 차이가 만원 안팎이면 택시를 탔는데 이제는 버스를 기다립니다.” 여수공항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기사 김영환(50)씨가 두세 시간째 허탕을 치자 깊은 한숨을 내쉬며 한 말이다. 광주에 사는 40대 가장 박모씨도 걱정이 태산이다. 지방 소규모 금융기관에 다녔던 그는 2000년대 초 회사가 부도난 후 3년의 청산기간이 마무리되면서 올 초 실업자 신세가 됐다. 박씨는 “외환위기 이후 지방 금융기관이 몰살하면서 새 일자리는 하늘의 별따기”라며 “그나마 사정인 나은 서울 쪽 일자리를 계속 찾고 있으며 일자리만 생긴다며 가족과 떨어지더라도 다닐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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