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다시 칩거… 장고 돌입 "건강ㆍ신뢰는 한번 놓치면 돌이킬 수 없다"李대통령측에 '깊어진 불신의 골' 내비쳐독자세력화 시간 촉박등에 탈당은 안할듯 홍재원 기자 jwhong@sed.co.kr 박근혜(사진) 전 한나라당 대표가 7일 당의 4ㆍ9총선 공천에 대한 대응 수위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전날 자신의 측근인 이규택ㆍ한선교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자 "나를 도왔다는 이유로 탈락시킨 것은 정말 잘못된 것이며 이해할 수 없다"고 강력 비판한 데 이은 '시위'다. 그는 미니홈피에서 "건강과 신뢰는 한번 놓치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고 표현해 이명박 대통령 측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졌음을 내비쳤다. 또 이날 이 의원을 잠시 만나 "이 대통령을 신뢰했는데 내가 힘이 없어서 이렇게 됐다. 미안하다"고 위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는 영남과 충청 등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은 결코 아니라는 게 당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탈당'이라는 카드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따르는 만큼 장고를 거쳐 대안을 찾으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표적공천 증거 불충분=이 대통령 측으로 분류되는 당 주류와 박 전 대표 측은 표적공천 여부를 두고 명분 싸움 중이다. 박 전 대표는 한 의원 등이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였지만 탈락한 건 명백한 표적공천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심위 등 당 주류 측 관계자는 "그러면 친이(親李) 인사인 이재창 의원을 박 전 대표 측 황진하 의원이 꺾은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박 전 대표 측 일각에서는 사실상 표적공천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 대통령 측 인사를 탈락시키는 등 교묘한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본다. 자칫 박 전 대표의 '최측근 챙기기'로 비쳐질 경우 명분 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단일대오 유지될까=이미 영남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절반가량 공천이 진행됐다. 탈당 등 극단의 승부수를 고려할 경우 박 전 대표 측 인사 가운데 이미 공천이 확정된 이들이 확실히 움직여줄지 미지수다. 만약 박 전 대표 측 인사 일부가 '행동'에서 이탈할 경우 박 전 대표의 파괴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또 공천이 마무리되는 이달 중순으로 접어들면 총선을 대비해 독자 세력화하기에 시간이 부족한 측면이 없지 않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움직이기에는 이미 많이 늦었다. 뾰족한 대책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당적 관리의 부담, 차기대권의 문제=무엇보다 박 전 대표를 움츠러들게 하는 건 '차기 대권론'이다. 자파의 일부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한나라당 차기 주자 위치를 굳혀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지난 2002년 한번 탈당을 한 경험이 있어 당적 이탈이라는 승부수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때문에 박 전 대표는 영남 공천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선에서 일단 장고에 돌입한 상황이다. 하지만 영남 공천마저 경기 지역처럼 애매하게 진행될 경우 박 전 대표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편 한나라당 공천심사위는 이날 박순자 의원(안산 단원을) 등 17명의 총선 후보를 추가 내정했다. 현역인 이원복 의원(인천 남동을)은 탈락했다. 한나라당 추가 공천내정자 명단 인천=박상은(중·동·옹진군), 윤상현(남구을), 조전혁(남동을), 구본철(부평을), 이상권(계양을), 이학재(서·강화갑), 경기=정미경(수원 권선), 허 숭(안산단원갑), 박순자(안산단원을), 손범규(고양덕양갑), 최순식(오산), 함진규(시흥갑), 김왕규(시흥을), 강원=정인억(동해·삼척), 김택기(태백·영월·평창·정선), 충북= 김병일(청주흥덕갑), 송태영(청주흥덕을)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