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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대담 : 김희중 경제부장 강철규(57) 공정거래위원장(57)은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흔히 `재벌개혁`이라고 부른다. 강 위원장은 “공정위가 11개 재벌기업을 분석해 보니 319개 계열사 가운데 총수와 그 가족의 소유지분이 단 1주도 없는 계열사가 무려 207개사에 달했습니다. 결국 단 1주도 없는 65%의 계열사조차 총수 손가락 하나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지요”라며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지난 3월 취임후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보다 강화해 재벌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강 위원장은 재벌기업의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대안으로 `지주회사`를 제시했고,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금융회사 계열분리청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재벌정책을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의 경우 확실하게 일할 사람을 책임자로 맡겼다”고 말했다. 그만큼 강 위원장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강 위원장은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재벌기업 개혁문제에 대해 마치 `전도사`처럼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예외조항 축소 등을 통해 재벌의 순환출자문제를 강력하게 막아야 한다는 공정위의 입장에 대해 기업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부채비율이 100%밑으로 떨어지면 출자총액제한제에서 벗어난다는 조항을 수정하는 문제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부채비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지면 출자총액제한제도에서 벗어나는 현행 예외조항을 없애는 방법 외에도 다른 기준을 새로이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실제 자기가 투입한 투자지분(cashflow right)에 비해 의결 및 지배권(voting right)이 얼마가 되는가 하는 비율이 계산될 수 있습니다. 이 비율에 따라 재벌그룹 계열사의 지표를 계산해 일정선 이상은 지배권을 제한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부채비율 100% 밑으로 떨어질 때 출자총액제를 졸업하는 예외조항을 삭제해)삼성을 졸업시킨 후 재편입시킬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방식을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민ㆍ관합동 태스크포스(TF)에서 9월말에 결론을 내릴 것입니다. -위원장께서는 그룹 구조조정본부의 폐해를 지적해왔습니다. 9일부터 시작된 6대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 결과 법적실체가 없는 구조조정본부가 부당내부거래에 개입돼 있다는 혐의가 드러나면 어떤 조치를 내릴 생각입니까. ▲일단 구조조정본부와 그룹 회장실 등이 이번 조사의 핵심대상은 아니지만 조사과정에서 혐의가 드러나면 참고인 조사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구조본(의 폐지 등) 문제를 다루기 위해 구조본을 조사하는 것은 아닙니다. 위법사항이 드러난다면 제도개선과 관련된 아이디어나 힌트로 참고할 것입니다. 하지만 부당내부거래 조사과정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구조본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겠지요. 역기능은 계열사의 이익보다는 지배주주인 회장의 사적이익 추구를 위해 봉사해왔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순기능은 그동안 그룹의 구조조정 일을 해왔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투자에 대해 중재역할을 해왔다는 점입니다. 구조본이 지원해주는 계열사의 주주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존재가치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다면 (존재가치가)없는 것입니다. 이는 전적으로 주주가 판단할 문제입니다. 구조본은 임무가 다 끝나면 적당한 기회에 정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공정위가 개입할 문제는 아닙니다 -금융사 계열분리청구제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증권ㆍ보험 등 제2금융권에서 재벌기업의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높아진 것은 재벌기업들이 IMF이후 부실기업을 인수했고, 시장 참여자들도 안전한 금융기관을 선호함에 따라 빚어진 현상이라는 견해도 있는데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은 수레의 두 바퀴와 같습니다. 떨어져서도 붙어서도 안됩니다. 자본주의 역사가 깊은 서양에서도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경우는 없어요. 은행, 즉 1금융권에 산업자본 지분상한선을 두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과거 부당내부거래 조사 결과를 보면 금융계열사를 이용한 경우가 87%나 됩니다. 산업자본은 기본적으로 위험을 감수해 투자하고, 금융자본은 안정성을 추구해야 사회가 안정됩니다. 두 자본이 묶여지면 재벌의 사금고나 다름없게 됩니다. 독일 파시즘도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너무 밀착돼 생긴 것이라는 점을 세계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일정한 간격을 두도록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배주주의 문제를 왜 소액주주까지 책임져야 하느냐는 문제점 등 논의해야 할 사항이 많아 중장기적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재벌기업의 지배구조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이 얘기하지만 합리적인 모델에 대혀서는 누구도 답을 안주더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아직 방향도 못 잡은 상태에서 개혁을 추진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바람직한 재벌 지배구조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대통령께 (조만간) 지배구조문제에 대해 충분히 설명드릴 생각입니다. 기업(집단)지배구조에는 영국과 미국처럼 주주를 중시하는 시장중심형과 일본과 독일처럼 관계중심형이 있습니다. 한국재벌의 지배구조는 관계중심형에 가깝지만 총수와 가족이 지배의 핵을 이룬다는 점에서 이들보다 더 후진적입니다. 우리 지배구조는 주주와 이해관게자들의 권익이 정당하게 보장되는 영미식을 추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관계중심형은 계열사와 금융기관들이 출자관계여서 부실계열사를 지원해 끌고 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동반부실 가능성도 높습니다. -공익법인을 통해 지분을 확보하는 재벌들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 많습니다. 또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총수일가에게 주식을 몰아주는 행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행태까지 반영해 지주회사 전환촉진방안을 마련할 생각이신지요. ▲재벌이 출연해 설립한 공익법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또 주식교환이나 현물출자방식을 통해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총수일가가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주식이 지주회사 주식으로 교환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주식이동으로 총수일가의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적정한 교환가치 평가를 거친 것이라면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위원장께서는 규제개혁위원장으로 재직할 때 금융감독위원회가 카드사에 대해 `가두모집을 중지하라`는 행정조치를 내리자 불필요한 규제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시 규제개혁위의 결정이 결국에는 신용불량자 양산을 가져왔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당시 거리에서 회원모집(가두모집)을 금지하는 조치는 무효라고 결정을 내렸지만 `옥내냐 또는 옥외냐`하는 장소문제는 중요한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모집후 카드사의 철저한 사후신용평가라고 판단했고 지금도 그때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장소까지 정부가 규제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해 내린 결정입니다. ■발자취 강철규 위원장은 공정거래위원회 창립 이래 관료가 아닌 외부에서 영입된 첫번째 수장이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일단 “빠르게 조직을 장악했다”며 강 위원장에게 높은 점수를 매기고 있다. 외모는 부드럽지만 강단있는 강위원장의 모습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상을 추구하는 학자(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출신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그는 업무파악속도에서는 높은 순발력을 보이고 있다. 이는 89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창립멤버로 활동해 풍부한 현장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 위원장은 학자시절부터 재벌개혁을 어떻게 풀 것인가를 연구했다. 공정거래위 경제규제개혁위원회 위원(97년)ㆍ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2000년)ㆍ부패방지위원회 초대위원장(2002년) 등을 거치며 정책결정 메커니즘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정위 직원들은 “재벌전문가답게 맥을 파악해 지시를 내린다”며 그의 전문성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강 위원장은 “시민운동가로서 재벌개혁의 `원칙`을 주장해 왔다면 관료는 원칙과 현실을 `조화`시켜야 하는 자리”라며 자신의 역할을 설명한다. 독실한 크리스찬으로 가장 못하는 것이 음주(飮酒)라고 한다. 지인들은 “40대 중반에 본 막내아들이 화제로 올려지면 얼굴이 붉어진다”고 전한다. ◇약력 ▲45년 충남 공주생 ▲68년 서울대 상대졸 ▲84년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원 경제학박사 ▲KIET(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ㆍ서울시립대 경제학부교수 ▲규제개혁위원장 ▲2003년 공정거래위원장 ■ 내가 본 강철규 위원장 - 김인철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장관급 위원장 자리는 많다. 이 가운데 공정거래위원장, 금융통화위원장, 금융감독위원장 등은 경제를 받치는 골격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공정경쟁을 보장하는 일, 통화가치를 안정시켜 물가를 잡는 일, 은행ㆍ보험ㆍ증권 등 금융기관이 수익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유지하도록 감독하고 지도하는 일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강철규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 때 부패방지위원장을 지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에 대해 부정적인 말은 듣지 못했다. 모처럼 정부에서 학자출신이 소신대로, 그러나 큰 마찰없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같은 학자로서 다행스러운 일로 생각한다. 강 위원장과의 나와의 만남은 80년대 후반 경실련 초창기에 자문교수로 함께 활동하면서부터다. 우리는 곧바로 경제연구클럽을 만들어 같이 활동해 왔다. 매주 토요산행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그의 생각과 가치관에 상당한 매력을 느꼈다. 그의 사상은 언제나 앞서가고 있으며 사심과 편견이 없다. 그래서 부패방지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직은 그에게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94년에 펴낸 `지력사회 & 지력기업`은 우리나라에서 지식기반 사회의 개념조차 잘 안 알려져 있을 때라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잘못된 지도자 덕목이 하나 있다. 목숨 걸고 부하직원 앞에서 폭탄주를 마셔대면서 조직을 장악한다는 것인데 이보다 어리석은 일이 없다. 밤새 머리를 짜내어 대내외정책을 세워야 하는 기관장이 폭탄주를 마셔대서야 정책은 누가 세우며 무슨 근거로 부하가 그런 상관을 믿고 따르겠는가. 강위원장은 폭탄주를 못한다. 하지만 정말 오래 동안 실물경제의 흐름을 관찰해 왔다. 그래서 독과점의 폐해를 절감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선진경제체제를 향하여 진취적이며, 필요한 지식과 학식을 계속 쌓아왔다. 비록 폭탄주 실력은 없더라도 조직장악력은 누구 못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현장감각과 이론을 겸비한 강 위원장이 재벌개혁과 공정경쟁질서를 정착시켜 한국경제를 반석 위에 올려놓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리=정승량기자 jj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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