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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美 수입철강 관세 부과는 잘못"
입력2002-04-07 00:00:00
수정
2002.04.07 00:00:00
조셉 나이, 하버드대 커네디스쿨 학장"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수입 철강재에 대한 관세부과는 잘못된 조치입니다. 북한의 경우 경제적으로, 그리고 민주화 부문에서 성공한 한국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장기적으로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내는데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셉 나이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행정대학원) 학장은 빌 클린턴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을 입안한 브레인답게 한반도 문제를 명쾌하게 풀어갔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미국 중심의 일방주의(unilateralism)로 국제문제를 리드하는 것은 팍스 아메리카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 팍스 아메리카나가 200년 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고, 21세기는 20세기보다 더 완벽한 '미국의 세기'가 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그의 주장은 부시 행정부의 강경 노선을 완화하는데 설득력을 갖고 있으며,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유럽과 아시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보스턴 하버드대 캠퍼스에서 그를 만나 보았다.
- 부시 행정부는 수입 철강재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9ㆍ11 테러 이후 강화되고 있는 나홀로주의가 경제 영역에서 재현된 것 아닙니까.
▦부시 행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에 따라 수입 철강재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관세부과조치는 일방주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다자주의(multilateralism)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어요. 그런 주장은 곧 세계무역기관의 청문회에서 판정 받을 것입니다.
저는 테러 공격 이후에 부시 정부의 그러한 조치가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부시 행정부는 미국의 철강 업체들의 주장만 고려하지 말고, 내부의 공정함을 실현했어야 했습니다.
- 부시 대통령이 연두 연설에서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한 이후 한국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흔들리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저서에서 정의한 '소프트 파워(soft power)'라는 관점에서 말씀해주시지요.
▦소프트 파워란 어떤 나라가 다른 나라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따라오도록 하는 '열려 있는 파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성공했고, 민주주의도 성공했습니다.
이런 것들은 북한을 포함해서 다른 나라들로 하여금 한국을 따라 하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 정부가 주민들이 한국의 성공을 따라가겠다고 표현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점이 북한에 남아 있는 어렵고 힘든 요소인데, 이 때문에 한국의 소프트 파워가 북한을 따라오게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장기적으로 북한을 국제사회로 개방시키는 데 기본적으로 옳은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 9ㆍ11 테러 직후에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깊은 침체의 수렁에 빠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경제는 지난해 4ㆍ4분기에 강한 힘으로 회복했습니다. 그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미국 경제 밑에 깔려 있는 노동생산성이 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생산성은 95년 이후 연평균 2.0~2.5%의 비율로 증가했는데, 이는 90년대 초반의 연평균 증가율에 비해 두배나 빠른 기록적 수치입니다. 높은 노동 생산성이 미국 경제를 쉽게 회복시켰다고 봅니다.
테러 직후에 미국 경제에 제기됐던 위험요소는 소비자 신뢰가 무너질 것인가 하는 점이었어요.
다행히 그런 걱정은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기업) 투자가 무너졌지만 소비가 유지됐던 것이 미국 경제를 살렸습니다. 만일 제2의 테러가 발생한다면 미국의 소비자 신뢰가 낮아질 것입니다만, 다행스럽게도 테러 이후에 미국의 소비는 건실하게 유지됐습니다.
- 로마 제국은 야만인에 의해 공격받아 붕괴됐고, 미국도 야만적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미국을 새로운 로마제국이라고 표현했는데, 로마 멸망에서 무엇을 배울수 있습니까.
▦로마제국 붕괴의 요인은 두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내부의 부패였고, 두번째는 야만족의 공격이었습니다. 로마는 다른 제국의 공격을 받아 무너진 게 아닙니다.
미국이 로마제국 멸망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미국) 내부 사회와 경제를 조화하고, 야만적인 테러리스트를 제어하기 위해 다른 나라와의 협력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미국 내부에 부패가 있지 않기 때문에 로마보다는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야만인들의 공격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와 협력하는 것입니다. 여러 번 지적했듯이 로마제국은 쇠퇴하기 시작한 후 몇세기가 지나서 멸망했습니다.
- 대영제국이 세계를 지배하던 팍스 브리태니카는 200년을 지속했습니다. 미국이 세계 우위를 유지하는 팍스 아메리카는 얼마나 지속할 것으로 봅니까.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영국은 18세기말부터 세계 주도권을 잡았고, 19세기에 더욱 강력해졌습니다. 20세기 중반에 영국이 미국에 주도권을 넘겨주기까지 두 세기 동안 세계를 지배했다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들은 영국이 200년동안 주도했으니, 미국도 두 세기 동안 세계를 주도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합니다. 나도 어느 정도 수긍합니다.
20세기는 중반 이후부터 미국이 주도했으므로 '미국의 세기'라고 들 합니다.
21세기는 두번째 미국의 세기가 될 것이며, 19세기가 영국의 세기였듯이 21세기는 더욱 강력한 미국의 세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제가 저서 '미국 힘의 역설'에서 강조했듯이 미국은 다른 나라들과 협조하면서 새로운 세기를 이끌어야 합니다.
-미국은 어쩔수 없이 제국주의적 힘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금 미국은 제국주의로 가고 있다고 봅니까.
▦그런 주장은 잘못된 것입니다. 제국주의는 현재 미국이 가지고 있는 힘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은 다만 가장 크고, 강력한 나라일 뿐이며, 그런 점들이 미국의 우위를 제국주의로 오인하게 하는 요소입니다.
제국주의는 대영제국처럼 중심국에서 아주 강력한 통제력을 갖는 것을 말합니다. 대영제국은 제국의 영역에서 현지 법률과 학교제도 등 여러가지를 통제했습니다. 미국은 그런 힘을 가지고 있질 않습니다. 미국의 우위를 제국주의라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 89년에 쓴 책에서 일본 경제가 궁극적으로 미국을 따라갈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어떤 관점이었습니까.
▦(80년대말에) 일본이 세계 제일의 경제력을 보유할 것이라고 본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의 허약함을 보지 못했습니다. 일본은 제조업 가운데서도 특정 분야에서는 대단히 강했지만, 경제 환경이나 농업 부문에서는 아주 취약한 구조를 노출했습니다.
게다가 제조업에서도 가전과 자동차 부문 이외의 분야에서는 취약했습니다. 특정 산업에서의 성공이 다른 분야의 성공으로 이해됐고, 많은 전문가들이 그렇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일본은 전반적으로 서비스 분야에서 취약합니다. 소프트웨어 산업 분야에서 일본은 일부분에서만 경쟁력을 갖고 있을 뿐 다른 분야에서는 한국에 비해서도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특히 인터넷 분야는 일본이 아주 취약합니다.
나는 일본 경제가 정보 혁명의 시대에 적응하려면 더 많은 구조 변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구조개혁은 정치 제도에 의해 곤경에 처해있습니다. 금융 시스템의 개혁도 정치 시스템에 의해 지연되고 있습니다.
- 중국이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역할을 대신할 것으로 봅니까.
▦아시아에서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괄목한 성장을 하고 있긴 합니다. 중국이 빠른 속도의 성장을 지속하고, 미국이 단지 연간 2% 성장을 한다고 가정해도 2060~65년까지 미국을 따라 잡을 수 없습니다. 중국은 아직 개발도상국이고, 미국을 따라잡으려면 먼 길을 가야 합니다.
군사적인 분야도 경제적 여건에 달려 있습니다. 군사 기술 분야도 미국이 혁신적인 정보 기술을 군사 부문에 적용함으로써 중국을 앞서 나갈 것입니다.
- 중국은 미국보다 몇배나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질 않습니까.
▦인구가 반드시 국력을 재는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교육을 받고, 기술을 가진 인구만이 인적 자원으로 계산됩니다. 교육을 받지 못한 인구가 많으면 사회적 혜택만 커지게 하는 역전현상이 발생합니다.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전쟁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만.
▦미국은 중동 지역을 통제할 제국주의적 힘을 가지고 있질 않기 때문에 개입을 통해 해결할 수 없다고 봅니다. 클린턴 행정부가 여러가지로 접근했지만 결국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다만 양측을 한자리에 모아 파국을 막도록 중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베를린 장벽 붕괴 후 세계 단일 시장이 형성되고, 국가라는 존재는 종속적 개념으로 변했습니다. 국가는 더 이상 필요없는 존재입니까.
▦글로벌리제이션 시대에도 국가는 지배적인 국민을 묶고,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는등의 역할을 하면서 지배적인 기구로 남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 이외에도 비정부 기구(NGO)와 다국적 기업, 테러리스트 조직망과 같은 새로운 세력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이들 조직을 다루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고 있습니다.
/캠브리지(매사추세츠주)=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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