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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 새금융] 10. 한불종금
입력2000-01-09 00:00:00
수정
2000.01.09 00:00:00
정명수 기자
대우그룹 관련 여신이 200억원에 불과하고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 과정에서 부담한 채무조정 금액도 최소한으로 막았다. 철저하게 수익성을 따져서 워크아웃에 참여했기 때문에 일부 리스사 워크아웃 과정에서는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만큼 수익관리를 잘하고 인정에 끌리지 않고 냉철하게 대처했다는 뜻이다.대우사태로 금융기관 수익증권 환매가 금지됐을 때도 투신운용사와 증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강경 방침을 천명, 자금을 거의 모두 회수했다.
한불종금의 이같은 철저함은 합작파트너인 프랑스계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의 경영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남들이 안전하게 지나가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야 투자결정을 내리는 스타일을 고집하다보니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으면 그만큼 리턴(수익)도 적다.
단적으로 지난 9월말 현재 한불종금의 상품유가증권중 주식은 48억원에 불과하다. 대우사태로 주가가 떨어지면서 주식을 팔아버리기도 했지만 연초부터 한불종금은 주식투자를 기피했다.
한불종금 내부에서도 지난해 주식투자 시기를 놓쳤다는 반성이 나오고 있다. 결국 한불은 다른 종금사들이 수천억원대의 주식차익을 얻는 것을 구경만 해야했다.
금융사라면 수익을 내기 위해 어느정도 리스크를 부담해야 하는데 한불은 지난 77년 설립된 이후 안전하게 돈버는 것에 너무 길들여져 버렸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물론 불안정한 시장에서 섣불리 투자를 늘려 회사문을 닫는 것보다는 한불의 보수적 전략이 우수하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금융시장은 늘 위험속에 있고 그 위험의 댓가로 수익을 올린다고 할 수 있다. 한불의 안정위주 전략이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보신을 위한 최선의 대책이 될 수는 있겠지만 발전 전략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한불이 새해들어 직면한 또다른 과제 가운데 하나는 합작 파트너간의 지분조정이다. 한불종금 지분 39.64%를 보유한 소시에테제네랄은 현재 27.63%의 지분을 보유한 한진그룹과 지분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한진그룹은 지난해말 동양화재, 한진증권, 한불종금을 금융지주회사로 묶어 그룹에서 분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진증권의 조정호(趙正鎬) 부회장이 주축이 돼 금융그룹으로 분가한다는 것인데 한불종금의 경우 지분확보가 여의치 않다.
우선 소시에테제네랄이 한불종금에 빌려준 4억달러의 자금이 처리되야 한다. 또 趙부회장이 보유한 한불종금 지분이 3.71%에 불과하기 때문에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趙부회장이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야만 한다. 한진그룹 명의의 지분을 趙부회장 앞으로 몰아준다면 증여, 상속 문제가 발생한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한진그룹측의 지분이 소시에테제네랄로 일괄 매각돼 한불종금이 100% 외국인 회사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이 한불종금의 경영권을 확보하더라도 문제는 있다. 보수적인 투자에 길들여진 한불종금이 한진증권과 묶일 경우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노하우가 없기 때문에 증권에 흡수돼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소시에테제네랄이 지분을 모두 인수한다면 한불의 안정위주 경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어떤 경우가 되든 한불종금의 「돌다리 경영」에 변화가 오지 않는 한 한불은「종금업계의 왕따」를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명수기자ILIGHT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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