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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8월 26일] 진수희 후보 청문회 유감

권홍우 편집위원

‘죄송ㆍ잘못ㆍ송구ㆍ실수ㆍ불찰ㆍ반성….’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의 입에서 나온 언어들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투기와 위장전입, 각종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후보자들은 머리를 조아렸다. 연속되는 죄송과 잘못ㆍ불찰. 대한민국이 아니라 죄송민국이 될 판이다.

죄송 시리즈 중에서도 눈에 띄는 후보가 있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답변에 유독 관심이 간다. 같은 부모의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진 후보자는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 국적을 택한 딸에 대한 야당의원들의 공세적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나라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할 아이….’

<인재는 소중하나…>

답변하며 울먹였던 진 후보자의 심정에 공감이 간다. 무엇보다 내 아이가 공격의 대상이 되는 상황을 반길 부모가 어디 있나. 진 후보자의 장녀가 나라를 위해 헌신할 것이라는 점도 믿는다.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도 진 후보자의 따님 같은 인재가 필요하다. 진 후보자의 발언도 이런 맥락이리라.

아버지로서 아이들을 바라본다. ‘혹여 해외 유학을 시킬 만큼 내 아이가 뛰어나고 국적을 고민할 상황이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아이가 미국 국적을 얻겠다고 고집한다면 존중해줘야 하나.’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아이가 원하는 꿈을 펼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국적 포기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든다.

국적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한둘일까. 많은 유학생들이 공부든, 병역 문제든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머리를 싸맨다. 이번 기회에 이중 국적 허용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했으면 좋겠다. 한국 태생의 인재가 국적이라는 장벽으로 대한민국의 발전에 공헌하지 못한다면 국가적 손실이기에 그렇다. 우리 사회가 보다 넓은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품을 수 있는 인재와 도약할 수 있는 힘도 더욱 커지리라.



만약 이중 국적이 허용되는 사회라면 진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원인 무효가 된다. 진 후보자의 따님이 보다 자연스럽게 한국을 위해 헌신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딸이 미국 국적을 지녔다고 장관 후보 자격에 시비가 되는 세상도 못마땅하다. 장관의 아이가 혈맹국의 시민이라는 게 대수인가.

<건강보험 범죄행위는 결격 사유>

문제는 잣대의 이중성에 있다. 필요하면 미국 시민이 되고 몸이 아프면 한국의 건강보험 신세를 지는 행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살인적으로 높다는 미국의 의료비를 피하기 위해 한국의 건강보험을 도용하는 교포들이 많다고 하지만 본질적으로 도둑질과 다를 게 없다. 국민들이 한푼 두 푼 낸 돈으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을 강도질한 것과도 같다.

진 후보자는 마땅히 물러나는 게 맞다. 다른 부처 장관도 아니고 보건정책에서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까지 다뤄야 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의 여식이 건강보험을 도둑질했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진 후보자가 장관이 된다면 한국의 건강보험을 불법적으로 악용하려는 해외교포들에게 국가의 도장이 찍힌 초청장을 보내는 것과 다름없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인재들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대의에서 진 후보자를 옹호할 수 있다. 그러나 유리한 것만 쫓으려는 행태, 건강보험 무임승차 같은 범죄행위는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 보건복지 행정을 위해, 법치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위해 진 후보자는 스스로 물러나는 게 옳다. 그렇지 않다면 도둑고양이가 생선가게를 맡는 꼴과 무엇이 다른가. 인사는 만사다.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부르짖은 국격(國格)에도 범죄행위 장관은 걸맞지 않다.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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