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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1월 12일] 은행의 돈이 돌게 하라

은행은 예금으로 받은 돈을 안전하게 운용하고 적정수준의 대출을 유지해 건전경영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지난 몇 년 동안 해외차입을 통해 대출을 과도하게 늘려왔다. 한국이 외화유동성 위기에 빠지게 된 원인도 상당부분 은행이 해외에서 단기자금을 대규모로 차입해 중소기업 및 주택금융 등에 대출을 늘렸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소위 엔캐리 트레이드, 즉 싼 금리의 일본 자금을 빌려다가 국내외 금리차로 쉽게 돈을 벌었다. 그 바람에 은행의 예대비율은 높아졌고 자산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부동산투기를 조장했고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악화됐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은행의 평균 자기자본비율은 7년래 최저치인 10.79%로 떨어졌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경색으로 외국투자가들이 자금을 회수하자 국내 금융시장은 심각한 신용경색에 빠졌다. 10년 전 외환위기를 방불케 하는 신용위기를 또다시 겪게 됐다. 단기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다. 그러나 신용경색이 실물경제의 침체로 전이돼 불황이 심화되면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정부는 위기에 빠진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해 은행채무를 지급보증하고 은행채를 매입하며 달러화를 공급하는 등 1,300억달러 규모의 금융구제안을 마련했다. 은행의 유동성 불안은 어느 정도 완화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글로벌 신용경색이 장기화된다면 은행의 자산건전성은 또다시 악화될 우려가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수출과 내수가 둔화되면서 경제성장률은 급락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2% 내외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은행의 부실대출은 크게 늘고 자기자본비율은 급락할 수 있다. 이같이 불안한 경영환경에서는 대출은 위축되고 신용경색은 해소될 수 없다. 신용경색이 심화되면 멀쩡한 기업도 도산을 면하기 어렵다. 특히 중소기업이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은행은 정부의 지원과 한국은행의 막대한 유동성 공급을 받으면서도 중소기업 대출은 꺼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최근에 미국ㆍ영국 등에서도 은행들이 대출을 억제하고 있다. 은행들은 금융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출은 줄이고 대신 현금보유를 늘리고 있다. 정부는 은행의 대출여력을 늘리기 위해 자본확충을 통한 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도록 했다.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려면 대출자산을 줄이고 증자 등 자기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결국 대출여력을 높여준다고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지는 않는다. 경기침체시에 대출을 늘려서 돈이 돌게 하면 기업활동이 활발해지고 은행도 부실자산이 감소하고 수익성이 개선돼 금융위기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개별 금융기관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출부실화의 위험이 큰 불안한 금융시장에서 누가 대출을 늘리겠는가.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일 수는 없다. 국제신용평가기관 피치가 한국의 신용등급은 낮춘 것도 은행의 재무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피치는 지난달 국내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이 악화됐고 신용비용이 높아졌다고 평가하며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은행의 부실채권비율도 지난해 6월 말 현재 0.70%에서 9월에는 0.81%로 높아졌다. 게다가 앞으로 경기침체가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정부는 이에 대처해 지난 8일 은행에 대해 신용보증 비상조치를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을 촉진하기 위해 신용보증기관의 심사기준을 완화하고 중소기업이 보증서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은행은 신용보증을 담보로 대출할 경우 자기자본비율의 부담 없이 중소기업에 대출할 수 있게 된다. 각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통화정책만으로 신용경색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중소기업의 신용경색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직접 은행의 부실자산을 매입하고 대출보증을 확대하는 등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지금은 위기상황이고 비상사태이다. 은행이 기업에 대출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줘서 신용경색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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