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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 해양생물 '밀항' 막아라" 美 극초단파 활용기술 개발 한창

참게·홍합등 화물선 밸러스트 용수통해 수천㎞ 이동<br>정착·번성땐 현지 해양 생태계 파괴…적극 대처 나서

하루에도 최소 5,000종의 외래 해양생물이 전세계 화물선의 밸러스트 용수에 섞여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들은 그 곳의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


하루에도 최소 5,000종의 외래 해양생물이 전세계 화물선의 밸러스트 용수에 섞여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들은 그 곳의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

국내 연안에서 흔히 채취할 수 있었던 토종 홍합은 이제 보기가 드물다. 포장마차에서 시원한 국물과 함께 나오는 홍합은 국산이 아닌 지중해산 홍합이다. 가을철 별미로 손꼽히는 참게는 중국과 한국이 원산지이지만 지난 1992년 이후 미국 동ㆍ서부 해안에 나타나 해안선 지반을 파괴하는 주범으로 지목 받고 있다. 수천㎞ 이상 떨어져 있어 스스로는 이동이 불가능한 지역에 이들 외래 해양생물이 출몰하는 것은 화물선에 의한 밀항 때문이다. 그동안 외래 해양생물을 처리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이 개발돼왔는데 최근 미국에서 선보인 극초단파(microwave) 장치는 단 2분 내에 이들을 모두 제거할 수 있다. '외래 해양생물의 밀항을 막아라!' 얼핏 들으면 마치 테러 위협에 시달리는 국가 정보기관의 구호 같다. 하지만 이는 자국의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 해양생물을 제거하기 위한 관련 당국의 슬로건이다. 현재 대양을 횡단하는 화물선들은 전세계 수송의 80%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화물선은 고의는 아니지만 화물 외에도 매우 파괴적인 외래 해양생물을 실어 나르고 있다. 밀항의 통로, 밸러스트 용수 일반적으로 화물선은 화물을 만재하고도 항해가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즉 화물을 가득 실었을 때 일정 높이까지만 바닷물에 잠기도록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화물을 싣지 않거나 적게 싣게 될 경우 선체가 떠올라 중심을 잡기 어렵게 된다. 항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자칫 전복사고의 위험도 있는 것이다. 이 때 선박 하부의 밸러스트 탱크에 바닷물을 채워 안전한 항해가 가능할 만큼 바다에 잠기도록 해주는 것이 밸러스트 용수다. 외래 해양생물의 밀항을 돕는 것은 바로 밸러스트 탱크에 채워졌다가 배출되기를 반복하는 밸러스트 용수다. 즉 아시아 지역에서 밸러스트 용수를 채워 유럽이나 북미 지역으로 이동한 뒤 화물을 적재할 때 그 지역의 항만에 밸러스트 용수를 배출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 화물선의 경우 수출용 화물을 싣고 갔다가 돌아올 때는 수입용 화물을 싣고 오는 방식으로 인해 밸러스트 용수의 활용 비중이 낮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천연가스 운반선과 같은 전용 화물선 비중이 커지면서 빈 배로 오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 때문에 중형 화물선은 4만톤, 대형 화물선은 10만톤가량의 밸러스트 용수를 채우게 된다. 문제는 밸러스트 용수 속에 성체 또는 유생 상태의 외래 해양생물이 포함돼 함께 배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실제 이들 중 3% 정도는 도착지 환경에 적응, 생존하게 되면서 현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이 된다. 외래 해양생물의 파괴적 위협 현재 세계 각국으로 이동하는 화물선에 의해 연간 100억톤의 밸러스트 용수가 옮겨지게 된다. 또한 이 밸러스트 용수에 의해 약 7,000종의 외래 해양생물이 수천㎞를 이동하게 된다. 미국은 지난 150년 동안 유입된 300종의 외래 해양생물이 샌프란시스코만의 생물학적 다양성을 크게 훼손했다고 보고 있다. 체서피크만에서는 수백만마리의 일본산 달팽이가 토종 갑각류를 먹어버리고 있으며 5대호 연안에서는 북유럽의 가시물벼룩이 긴 꼬리와 대량의 알로 낚싯줄을 엉키게 해 어업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미국은 외래 해양생물을 막는 데 연간 1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백종에 달하는 외래 해양생물이 새로운 곳에 정착, 번성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피해규모가 큰 대표적 외래 해양생물로 중국과 한국이 원산지인 참게, 유럽산인 얼룩말홍합을 꼽고 있다. 유라시아에서 서식하는 라운드고비피시와 유라시아농어도 대표적인 불청객이다. 참게의 경우 1992년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만에 처음 등장했으며 2005년 이후에는 동부해안에도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해안가에 굴을 파 지반을 파괴하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얼룩말홍합은 1998년 미국 동부 5대호 연안에 나타난 뒤 올해는 서부 캘리포니아해안에 출몰하고 있는데 각종 산업용수 파이프에 달라붙어 이를 폐쇄하는 피해를 입히고 있다. 상황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토종 홍합은 지중해산 홍합에 의해 주객이 전도된 지 오래다. 또한 대서양에서 옮겨온 유령멍게와 지중해산의 주름미더덕은 국산을 대신해 해물재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토종인 고랑따개비 역시 외래 해양생물인 줄무늬 따개비로 교체된 지 오래됐다. 극초단파로 외래 해양생물 섬멸 루이지애나주립대학의 생명공학자인 도린 볼더는 밸러스트 용수 내에 있는 외래 해양생물을 제거하기 위한 극초단파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이 장치는 고구마를 저온 살균하는 데 사용되는 극초단파 기술에 착안한 것으로 밸러스트 용수 내의 외래 해양생물을 저렴한 비용으로 제거할 수 있다. 이 장치는 화물선이 화물을 적재하기 위해 밸러스트 용수를 배출하기 직전 고열로 외래 해양생물을 제거한다. 즉 극초단파 장치의 빔에 의해 초당 9억1,500만번 진동하는 전자장이 만들어지며 이 진동에 따른 마찰열로 밸러스트 용수의 온도는 순식간에 60도까지 데워지게 된다. 이 정도의 온도면 밸러스트 용수 속에 있던 모든 외래 해양생물은 2분 만에 죽게 된다. 극초단파 장치의 최대 장점은 기존 기술에 비해 낮은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인데 볼더는 1,000리터당 1달러 수준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 중형 화물선인 10만톤급 화물선의 경우 4만톤(4,000만리터)의 밸러스트 용수를 채우므로 약 4만 달러 정도면 가능하다. 이는 화물선의 밑바닥을 긁어내고 살충제를 뿌리는 기존의 방식에 비하면 훨씬 단가가 싸다. 극초단파 장치를 이용한 밸러스트 용수 처리 기술을 개발한 볼더는 추가적인 예산 확보를 위해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의 지원을 요청한 상태며 해안경비대의 사용 승인도 기다리고 있다. 볼더는 이 장치를 이용하면 선박회사들이 1년 내 외래 해양생물의 이동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극초단파로 외래 해양생물 어떻게 제거하나

전자레인지처럼 용수 가열시켜 2분만에 모든 해양생물 없애 1 밸러스트 컨테이너에 있는 밸러스트 용수와 그 속에 든 외래 해양생물을 펌프로 빼내 20여개의 극초단파 체임버로 보낸다. 극초단파 체임버의 크기는 냉장고만 하다. 2 극초단파 빔이 초당 9억1,500만번 진동하는 전자장을 만들어 물을 가열시킨다. 가열 원리는 이렇다. 물 분자 속의 전하는 전자장에 맞춰 정렬되지만 전자장이 빔의 진동수만큼 빠르게 방향을 바꾸기 때문에 결국 전하는 매우 빠르게 회전하게 된다. 이 때 물속에서 대전된 나트륨과 염소 이온 역시 전자장과 방향을 맞추기 위해 앞뒤로 빠르게 움직이게 된다. 이렇게 빠른 움직임은 마찰열을 발생시키고 물은 60도로 가열돼 밸러스트 용수 속에 있는 모든 해양생물을 2분 내에 제거한다. 이는 식품 속 수분을 진동시켜 음식을 가열하는 전자레인지와 동일한 원리다. 3 외래 해양생물을 제거한 후 가열된 물은 열교환기로 보내져 밸러스트 컨테이너에 새로 들어오는 차가운 물과 섞인다. 이 과정에서 극초단파 장치로 가열됐던 물은 열을 빼앗긴 뒤 자연으로 방출해도 해가 없을 정도로 온도가 낮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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