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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세무조사, 무조건 줄이면 좋다?
입력2006-08-31 18:28:11
수정
2006.08.31 18:28:11
“세무조사 축소가 언제부터 시혜(施惠)의 수단이 됐습니까?”
국세청이 올해 법인세를 비롯, 부가가치세ㆍ양도소득세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대폭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횟수나 기간도 평균 20%가량 줄일 예정이라고 한다. 전군표 국세청장의 부임 이후 과세 당국의 구호가 된 ‘따뜻한 세정’의 일환이다.
과세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마냥 칭찬하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많다. 한 조세 전문가는 과세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의 예를 들며 “기업들에 대해 거의 상시적으로 세무조사가 실시되지만 이를 줄여달라고 말하는 곳은 없다”고 말한다.
세무 당국에 대한 납세자들의 신뢰가 높다 보니 ‘세무조사란 괴롭지만 당연히 받아야 하는 일’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몇 년에 한번씩 실시되는 정기 세무조사만으로도 여기저기 아우성이 터져나온다. 반대로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면제해주겠다는 방안 역시 ‘독(毒)’이 될 개연성이 높다. 과세 당국 필요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이고 줄일 수 있는 세무조사라면 신뢰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 납세자들의 높은 조세 저항은 과세 당국에 대한 해묵은 불신 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낮은 소득파악률, 과거 정권에서 행해진 정치적 목적의 세무조사, 해마다 되풀이되는 땜질식 세제정책 등이 미덥지 못해 “왜 나만 세금을 더 내느냐” “왜 시도 때도 없이 세무조사를 하느냐”는 불만이 생기는 셈이다. 그러니 세무조사를 축소한다고 해도 “누구만 줄여주느냐”는 반발, 혹은 몇 년 뒤에 “예전에는 세무조사 줄여놓고 왜 지금은 더 늘리느냐”는 얘기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따뜻한 세정’이란 표현도 적당하지 않다. 지친 국민들을 달래겠다는 의지는 평가할 만하지만 뚜렷한 근거와 세법 체계로 얼음처럼 차갑고 냉정하게 집행하는 게 과세의 기본 아닌가. 권력의 향방에 따라, 시류에 따라, 또 조직의 장이 누가 오느냐에 따라 뜨거웠다, 차가웠다 하지 말고 소리 소문 없이 묵묵하고 정확히 시행되는 과세가 아쉽다. 세무 당국이 신뢰를 얻게 된다면 국민들의 볼멘소리는 그만큼 낮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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