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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국의 공권력

뉴욕 대중교통노조(TWU)가 25년 만에 파업에 나섰다가 뉴욕시의 강경대응에 밀려 아무런 소득 없이 백기(?)를 들고 말았다. 노조의 이번 파업이 얼마나 정당했는가 하는 것은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끝까지 공권력을 존중하는 민주적 파업 모습만은 인상적이었다. 3일간의 파업기간 동안 퀸스를 비롯해 맨해튼ㆍ브루클린ㆍ브롱크스ㆍ스탠튼아일랜드 등 뉴욕시 5개 지역의 지하철역 주변에는 대부분 흑인이거나 히스패닉계인 노조원들이 아침부터 나와 입김으로 손을 녹여가며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씌어진 피켓을 들고 지나가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파업강행 이유를 설명했다. 어디에서도 난동을 부린다거나 뉴욕시경(NYPD)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뉴욕법원이 노조에 하루 1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결정을 내렸고 불법파업을 한 노조원에게도 하루에 일당의 2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리는 등 강경조치를 취했지만 TWU는 평화적인 시위를 고수했다. TWU가 25년 만에 파업에 나설 정도로 뉴욕시에 대한 TWU의 불만과 불신이 팽배해 있었지만 이들은 결코 법과 규칙을 위반하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았다. 3일간의 뉴욕 교통파업은 공권력과 준법정신이 살아 숨쉬는 현장이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에서 공권력은 절대적이다. 음주운전으로 걸리면 바로 현행범으로 수갑이 채워지고 법원에서 죗값을 받게 된다. 경찰관과 몸싸움을 벌이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공공행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경찰서ㆍ지하철역ㆍ공공건물을 파괴하고 기물을 파손하는 행위는 찾아볼 수 없다. 한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불법ㆍ합법을 불문하고 파업이 발생하면 공권력은 화염병과 돌멩이의 표적이 되기 일쑤다. 신문과 방송에서 하도 접하다 보니까 폭력시위가 당연한 것이고 평화적인 시위는 강도가 약하다는 왜곡된 이미지가 확대 재생산된다. 음주 운전자가 경찰관을 폭행하고 경찰서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장면이 TV를 통해 방영되면서 국민들은 ‘공권력(公權力)은 공권력(空勸力)’이라는 방정식을 은연중에 받아들인다. 가정에는 자상하면서도 엄(嚴)한 아버지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국가는 부당하고 법을 어기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공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미국의 공권력(公權力)과 한국의 공권력(空勸力)이 자꾸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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