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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경제, 치유환경조성이 먼저다

이헌재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여성과 경영 포럼 강연에서 우리 경제를 우울증과 무기력증 환자로 비유했다. 이 부총리의 이야기는 경제위기론을 불식시키고 기업과 가계의 투자와 소비를 우회적으로 촉구하면서 경제난 극복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 경제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위기는 아닌 만큼 만사를 긍정적으로 보고 사람도 만나며 운동도 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극복해낼 수 있는데 그런 노력보다는 마냥 우울상태에 빠져있어 치료효과가 안 나오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부총리의 처방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병인에 대한 진단과 보다 중요한 처방이 빠져있다는 점에서 아쉽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우울증의 대표적 증상 중의 하나가 자신감 상실과 불안감 등이라고 한다. 우리 경제가 영락없이 이런 상황인데 이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경제주체들이 그런 증상에 빠졌기 때문이다. 지금 기업인들의 기업가 정신이 희미해지고 기업의 사기는 바닥으로 가라앉는 등 우리경제의 견인차인 기업인과 기업들이 전형적인 무력증을 보이고 있다. 가계도 엄청난 신용불량자 및 부채와 실업 등으로 경제활동이 바짝 위축돼있다. 특히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동남아와 남미국가들까지 부진의 늪을 빠져 나와 활기를 띠는데 우리만 유독 갈수록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으며 한편에서는 장기불황의 불안감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기업들이 무력증에 빠진 것은 기업환경이 안 좋은 데서 비롯된다. 정부와 정치권이 말로는 경제 최우선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정치, 그것도 타협과 조화보다는 투쟁과 타도의 정치에 몰두하는 정치과잉의 상황 속에서 정책 불확실성이 좀체 가시지 않고 있다. 규제 역시 완화하겠다는 말만 무성할 뿐 달라진 게 없다.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는 가운데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줄을 잇는다.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도 위험수위다. 여기다가 이제는 어려워도 어렵다고 제대로 말할 분위기조차 아니다. 기업들의 호소는 개혁을 저지하기 위한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나 엄살로 치부되기 일쑤다. 오죽했으면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이 ‘한국은 개혁 조급증ㆍ강박증에 걸린 것처럼 개혁주장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있다’고 했을까. 한마디로 기업들이 신바람을 내기는 커녕 평상심을 유지하기조차 어렵게 돼있다. 이런 상태에서 사람도 만나고 운동도 하라는, 다시 말해 투자도 하고 대외활동도 하며 소비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라는 이야기가 귀에 들리겠는가. 우울증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 자신의 극복의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환자가 즐겁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주변에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필요하다. 이 부총리도 이 점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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