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토요 산책/11월 14일] '문화형 복지'로 나아가는 첫걸음

'놀이의 인간'을 저술한 '요한 하위징아'는 놀이를 인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지적했다. 익숙함을 벗어나 무언가 새로움을 느끼게 해준다는 놀이. 그 정점에는 여행이 있다. 여행은 자신의 범주를 벗어나 새로운 환경과 문화를 찾아가게 한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놀이에 대한, 여행에 대한 욕구는 점점 더 증가할 것이다. 그의 책 내용을 증명하듯 세계는 국제여행 인구 9억명 시대를 맞았다. 한국도 지난 2008년 약 3,700만명이 국내여행을 했다. 이제 여행은 더 이상 사치제가 아니다. 즐거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담은 필수제다. 소외계층 여행권 확보 조짐일어 여행에 대한 욕구는 소외계층에게도 마찬가지로 존재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설문조사에서 가장 하고 싶은 활동 1위로 여행(관광)이 꼽힌다. 다만 대부분 기초생활수급권자이거나 차상위계층인 이들에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관광과 여가 부문은 사회적 양극화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영역이다. 계층별 휴가율을 보면 월 500만원 이상의 소득자는 약 83% 이상인 반면 200만원 이하는 약 43%에 불과한 실정이다. 학자들은 여행은 일상의 스트레스와 긴장을 완화하고 새로운 활기와 열망을 불어넣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복지라고 말한다. 소외계층의 여행권에 먼저 눈을 뜬 곳은 유럽이다. 유럽에서는 20세기 중후반부터 휴가여행에 대한 정부나 공공단체의 개입이 당연한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 유럽 각국에서는 이를 위한 다양한 제도가 마련됐다. 스위스는 1939년부터 여행금고제도(REKA)를 통해 극빈자 가족에게 무료로 휴가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저소득가족 초청여행을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도 정부와 699개의 인본단체, 91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참여(2005년 기준)하는 바캉스 연대기금제(BSV)를 구축해 빈곤가족과 노숙자 등을 지원하고 있다. 스페인의 경우 정부산하기관인 INSERSO에서도 노령자의 관광을 주선하고 있으며 이용자의 82.9%가 프로그램에 만족을 표시했다. 한국에서도 소외계층의 여행권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첫 발걸음은 2001년부터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진행하고 있는 여행바우처제도인 '복지관광'이다. 2005년부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주관하고 있다. 특히 문화부에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희망대한민국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2009년에는 5,000명의 아동ㆍ청소년, 다문화가정, 장애인, 노인 등 소외계층이 여행을 다녀왔거나 계획 중에 있다. 본 사업의 2008년 보고서에 따르면 89%의 참가자가 여행에 만족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다만 아직까지 지원 규모가 크지는 않다. 생계형 복지를 떠나 문화형 복지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미흡하다 보니 정부가 지원 규모를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006년 기준 기초생활수급자 수는 약 153만명으로 지금까지 복지관광의 지원혜택을 받은 대상자는 전체의 수급자의 약 1% 수준이다. 현 단계에서는 지원 규모가 확대될 수 있도록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향후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관광지원에 기업 참여 유도를 다시 네덜란드의 문화사가인 하위징아로 돌아가 보자. 그는 놀이가 즐김의 공동체를 통해 긍정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상대적 빈곤감으로 점점 더 양극화돼가는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긍정의 문화로 상대적 빈곤감을 탈피할 '놀이 복지' '문화형 복지'가 아닐까 한다. 적극적 놀이인 여행은 대상자에게 삶을 개척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고 사회에 긍정적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복지관광은 사치가 아니다. 건강하고 생산적인 대한민국, 나눔과 배려의 소통을 위한 첫 발걸음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