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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지배구조 갈등 결국 폭발… 500조 기금 운용 겉도나

최광 이사장-홍완선 CIO,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등









'둘 사이에 곪았던 문제가 결국 터져버렸다.'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CIO)에 연임 불가 통보를 한 사실이 알려진 13일, 공단 안팎에서는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와 대체투자 사후관리 감독권, 투자집행 보고 문제 등 기금본부의 조직과 운영 방식을 놓고 쌓였던 둘 사이의 갈등이 이번 인사를 통해 폭발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 이사장이 지난 2년간 홍 본부장의 기금운용 실적을 평가하기보다 기금운용본부를 계속해서 공단 내에 둘 목적으로 역풍이 불더라도 조직을 위해 과감한 선택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최 이사장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홍 본부장의 1년 연임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이 같은 분석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후임자 인선까지 최소 두 달 정도의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500조원을 굴리는 기금운용본부가 겉돌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 간 반목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특히 500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문제를 놓고 두 사람은 대척점에 섰다. 현재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국민연금 개편 방향은 기금운용본부의 독립(공사화)을 통한 운용의 전문성 강화다. 현재 인력·조직 등 기금운용본부 체계가 500조원으로 불어난 기금 규모에 걸맞지 않은데다 오는 2060년으로 예상되는 기금고갈 시점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라도 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제고해 수익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판단이다. 홍 본부장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공사화에 찬성했다. 그는 평소 사석에서도 기금운용의 전문성을 높이려면 반드시 기금본부를 독립시켜야 한다는 소신을 펴왔다. 하지만 최 이사장은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방안에 대해 반대하는 뜻을 여러 차례 우회적으로 피력해온 바 있다. 기금본부를 따로 떼어내기보다는 현재의 국민연금 조직 틀 내에서 인력확충 등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자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기금운용본부 독립과 관련해 다른 목소리를 낸 홍 본부장이 이 때문에 최 이사장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공사화는 공단 입장에서는 핵심 본부가 떨어져나가는 것인데 어느 이사장이 자기 임기 중에 하고 싶어 하겠느냐"면서 "최 이사장을 비롯한 공단 측에서는 홍 본부장이 '눈엣가시'처럼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전주 본사에서 열린 국민연금 국정감사에서는 최 이사장의 기금운용 '월권' 행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연금법은 기금운용본부의 투자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개별 투자 건에 대해 이사장이 아닌 기금운용본부장의 전결을 명시하고 있는데 최 이사장이 이를 무시하고 수차례 사전 보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실제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입수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이사장 사전 보고 문서'를 보면 최 이사장은 양사 합병 관련 내용에 대해 12차례 사전 보고를 받았다. 김 의원은 당시 국감장에서 "기금운용본부 내부에서 공단 이사장이 개별 투자 건에 대한 사전·사후 보고를 강조하면서 투자 의사결정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는 의견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둘은 대체투자 사후관리 조직의 인력 구성을 놓고도 대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 본부장은 사후관리 조직의 설립 의도가 리스크가 큰 대체투자 부문의 투자 부실을 사전에 방지하거나 최소화하는 목적인 만큼 운용본부 내 기금운용 전문가로만 신설 조직을 꾸려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최 이사장은 공단 인력도 포함돼야 한다고 맞섰다. 투자금융(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원회의마다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이 시시각각 대립을 거듭했다는 것은 업계 내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갈등이 워낙 잦은 탓에 다들 익숙해질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찌 됐든 홍 본부장의 연임이 무산되면서 후임자 인선까지 기금운용본부의 업무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이사장이 주무부처인 복지부와의 협의 없이 이번 인사를 단독으로 진행한 탓에 후임자 인선에 복지부가 반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홍 본부장은 대체로 무난하게 기금운용본부를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 본부장은 2013년 11월 임명된 뒤 온전하게 한 해 살림을 맡은 지난해 저금리 여건 속에서도 기금운용 수익률 5.25%를 올리며 선전했다. 위탁운용사 선정 방식에서 중소형사 등 특화된 운용사에 대한 문턱을 낮춘 그룹제를 도입했고 배당주와 헤지펀드 투자를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는 등 투자체계 개편 측면에서 적잖은 성과를 냈다. IB업계 관계자는 "후임자가 선정될 때까지 홍 본부장이 기금본부를 이끈다고 하지만 연임이 물 건너간 상황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면서 "500조원을 굴리는 기금본부의 업무 공백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서민우·박준석기자 ingagh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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