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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알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죽을 지에 대해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죽음이란 단어가 주는 두려움, 추상성으로 인해 죽음에 임박해서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타자의 목소리를 통해 죽음에 대한 생각을 엿듣는 일은 언제나 우리의 귀를 자극시킨다.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죽음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생태학자, 공학자, 철학자, 신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최고 학자 8인이 죽음에 대해 강연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분야가 다른 이들의 이야기는 그간 단선적으로만 생각했던 죽음을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죽음과 맞닿아 있는 삶에 대해서도 진지한 자세로 관조할 수 있게 만든다.
생태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죽음이야말로 생명의 가장 보편적인 속성이라고 말한다.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는 DNA가 복제를 통해 만들어 낸 우연의 결과물이기에 모든 생명은 태초에 하나로부터 나뉘는 일원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원래 하나였던 자연과 공생하는 법을 알고 평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야 말로 아름다운 삶과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라고 말한다.
공학자인 황농문 교수는 죽음은 삶을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말한다. 우리 모두는 죽음을 의식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꺼려하지만, 이를 온전히 의식하는 것이야말로 성숙한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애령 교수는 철학적 관점에서 죽음을 언급한다. 죽음이란 존재론적인 결함이자 유한한 자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슬픔이기에 우리 모두는 결국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며, 아름답게 사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그늘과 고통으로 얼룩진 삶이라도 이를 이야기로 만들어 스스로를 관조하고 이를 함께 나눌 친구가 있다면 좋은 삶은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원로 철학자 강영안 교수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피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강 교수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결코 삶을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가 진심으로 우리의 삶 자체를 내게 주어진 값진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죽음은 결코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삶이 정말로 살 만한 것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언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건축을 통해서도 죽음을 엿볼 수 있다. 건축가인 김종성씨는 건축이야말로 삶을 오롯이 담고 있는 공간이며, 그렇기에 건축의 미학을 살펴보는 것은 우리의 삶과 그 완성이라고 할 수 있는 죽음을 들여다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종교철학자인 정재현 교수는 오늘날 삶 밖으로 내몰린 죽음을 다시 삶 안으로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본래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들은 끊임 없는 생성과 소멸 과정에 있으며 이는 죽음으로써 몸 전체가 살아가는 생명의 역설이 우리 몸 자체에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죽음을 숙명과 해방의 대립 구도로 보는 것을 떠나 유한한 초월, 즉 삶 안에서 죽음을 발견해 남은 삶인 자신의 현재를 사랑하라고 말한다.
이밖에 신학자인 김상근 교수는 죽음은 벽이 아닌 평화의 세계로 나아가는 문이라고 생각하며, 의사인 윤영호 교수는 죽음을 절망이 아닌 희망의 순간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1만6,000원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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