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에 내리는 첫 눈을 보니 노래가 듣고 싶어졌다. 스마트폰으로 '딩가 라디오' 앱을 켠다. 테마 카테고리에서 겨울을 찾아 들어갔다. 곧 터보의 회상과 화이트 러브 등 즐겨 듣던 겨울 노래들이 하나의 채널로 묶여 흘러나온다. 다른 음악 감상 앱에서처럼 직접 검색해서 재생 목록에 담을 필요가 없다. 앱이 자동으로 과거에 들었던 음악 데이터를 분석해 취향에 맞는 음악을 선곡해 주기 때문이다. 노래를 들으며 앱에 있는 '내 방송국'을 구경한다. 좋아하는 곡들로 어제 만들어 놓은 채널에 많은 지인들이 왔다 간 기록이 있다. 오늘 퇴근 후에는 크리스마스 기념 채널을 만들 생각이다.
미디어스코프의 인터넷 음악 채널 앱 '딩가 라디오'가 열어 갈 세상이다. 14일 서울 강남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만난 금기훈(사진) 미디어스코프 대표는 "차분한 음악이라는 테마를 선택해도 사람들마다 원하는 노래가 다 다르다"며 "딩가 라디오는 미디어스코프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미어캣'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가 자주 듣는 음악 패턴을 분석해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금 대표는 "노래의 가사와 템포, 파장의 높고 낮음을 살피면 개인의 음악 취향이 나온다"며 "앱을 사용할수록 더 많은 데이터가 누적돼 사용자에게 꼭 맞는 음악들이 추천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금 대표는 국내 디지털 음악 보급 1세대다. 창업 열풍이 불던 2000년 위즈맥스를 세워 최초로 합법적인 디지털 음악 유료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곧 소리바다 등 불법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사업이 힘들어졌다. 돌파구로 기업 간 거래(B2B) 방식으로 돌려 KTF의 도시락, 삼성의 애니콜 뮤직에 시스템을 공급하고 관리하던 그는 2007년 회사를 접고 SK텔레콤 자회사로 입사해 멜론 콘텐츠 사업 본부에서 일했다. 그 후 CJ E&M과 SK플래닛에서 미디어 사업 개발팀으로 일했고 2013년 미디어스코프로 재창업에 도전했다.
금 대표가 다시 창업에 뛰어든 건 사용자 맞춤형으로 글로벌 음악 감상 서비스를 만들어보겠다는 포부에서다. "세계 시장을 놓고 보면 오프라인 음원인 테이프와 CD에서 디지털 음원 시장으로 전환된 비율이 이제 겨우 50%를 넘어섰다.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앞으로 모바일 음원 시장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음악 소비자는 콘서트를 다니고 직접 음원을 사는 적극적 소비자가 있고 추천받은 음악을 듣는 소극적 소비자가 있는데 소극적 소비자의 비율이 훨씬 높다. 음악은 경험재라서 소극적 소비자는 라디오나 미디어를 통해 경험한 음악을 듣게 돼 있고 우리는 소극적 소비자를 타깃으로 상황과 취향에 따라 음악을 추천할 생각이다."
미디어스코프는 지난해 12월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5억원의 대출을 지원받았고 올해에는 5억원의 대출과 10억원의 지분 투자를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올해 매출 27억원을 올렸으며 내년에는 100억원의 목표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플랫폼과 기술로 수익을 냈지만 이제 자체 서비스인 '딩가 라디오'도 운영되기 때문. '딩가 라디오' 앱은 이달 말 정식 론칭된다. 매일 30분은 라디오 음질로 무료 음악 감상이 가능하다. 고음질로 음악을 들으며 채널 생성을 하려면 한 달 이용료 1,700원을 내야 하지만 기존의 음악 스트리밍 유료 서비스 앱에 비해 저렴하다.
금 대표는 "라디오에선 예전 노래와 요즘 노래, 해외 노래가 골고루 분포돼 나온다"며 "미디어스코프의 '딩가 라디오'가 라디오의 모델을 모바일로 가져와 인터넷 음악 채널의 대표로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백주연기자 nice89@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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