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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나눔·배려·공존, 뉴노멀 시대 노동기준

ICT 혁명으로 산업구조 대변혁…

2013년도 일자리창출지원 유공자 정부포상 시상식<YONHAP NO-1349>

글로벌 경제사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21세기 정보통신기술(ICT)의 혁명은 하루가 다르게 산업구조와 상품의 생산·유통·소비 체계를 바꿔놓고 있다. 그에 따라 노동시장과 고용관계도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과거 산업화와 고성장 시대를 규율하던 노동기준과 근로계약도 새로운 시장 현실과의 괴리와 부정합성 문제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우리가 이분법적 사고로 정규직 대 비정규직 간 격차와 차별 문제, 임금피크제 도입과 정년연장이라는 오래된 숙제를 가지고 씨름하는 현재도 세계시장의 판도는 급변하고 있으며 국내 산업과 기업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상당 기간 국가 경제와 기업활동 그리고 고용에서의 불확실성 증대가 향후 가장 큰 도전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의 위험은 소위 '뉴노멀'로 지칭되는 저성장·저물가·저금리 시대와 맞물리면서 노동시장에서 새로운 질서에 대한 요구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용·노동 관계를 규율하는 법과 제도는 과거 산업화와 개발경제시대·정규직·남성근로자 중심의 수요초과 노동시장을 상정하고 있다. 거기에 맞춰 승급·승진 등 직장 내부 에서의 상향 이동만을 절대 '선'으로 여기고 직장 간 수평 이동은 '악'으로 보는 인식과 문화가 지배적이다. 인력의 효율적 투입과 배치를 위한 선결 조건인 노동 이동성에서 가장 경직된 노동시장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직된 노동시장은 다가오고 있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작동 불가 상태가 될 것이며 지속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다.

일과 일자리에 대한 거대한 변화가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노동에 대한 수요 또한 갈수록 다양해지고 다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유경제 개념에 기초한 이동 서비스인 우버 택시, 기타 불특정 다수의 수요자와 불특정 다수의 공급자 간 용역 서비스 모델들은 기존 노동시장의 기준들을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낡은 시대의 유물쯤으로 보이게 만든다. 이런 '컨시어지' 경제가 미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뉴노멀 시대를 지배하는 새로운 산업과 시장수요에 맞는 새로운 노동기준과 규율이 필요하다. 기간제 및 파견근로 문제, 하도급 문제, 근로시간 단축과 시간제 근로에 대한 보상과 보호의 원칙 등도 저성장·저소비·저고용 뉴노멀 시대의 상황을 전제로 비춰 평가되고 개혁의 목표와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뉴노멀 시대의 노동시장과 고용관계를 규율할 새로운 가치로 나눔·배려·공존을 들고 싶다. 저성장과 저고용이 새로운 정상 상태로 자리 잡게 된다면 성장률을 올려 고용을 창출하려는 노력 못지않게 기존 일자리를 나누는 노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제한된 노동수요를 어떻게 고른 고용기회로 전환해 보다 많은 사람이 소득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가 최우선 정책과제가 돼야 할 것이다. 장시간의 노동과 낮은 여성 취업률로 유지되는 우리 노동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나눔 기제는 바로 근로시간 단축과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시간제 일자리다.

한편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배려하고 원청이 하청을 배려하고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배려하는 경영활동과 노사관계가 이뤄져야만 뉴노멀 시대에 사회적 통합과 공존이 가능할 것이다. 물건을 사지 않고 빌리거나 공유하는 '공유경제'가 새로운 시대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시점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궁극적 가치는 결국 공존과 통합이 돼야 한다. 최근 발간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서도 현재 한국 경제사회에 가장 시급한 개혁과제로 나눔과 배려를 통한 사회적 통합을 제시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장·전 고용노동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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