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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 Market] 한국형전투기 사업, 역사서 교훈 얻어야

日,한번 세운 계획 변경없이 실천

나로호가 당초 계획대로 1차 혹은 2차 발사에 성공했더라면 한국은 세계 10번째로 우주독립국이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이스 클럽'에 이름을 올릴 뻔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2012년 12월12일 은하3호 로켓 발사에 성공해 선수를 치면서 우리나라는 그토록 원했던 세계 톱텐 기록을 북한에 내줬다. 우리로서는 일종의 '12·12 은하로켓 쇼크'였던 것이다. 뒤늦게 한국 정부는 한국형발사체 개발에 박차를 가해 총 예산 2조원 정도를 투입, 2020년 개발완료를 목표로 일로매진하고 있다. 이제 5년밖에 남지 않았건만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지난달 11일 일본 최초의 자체제작 제트여객기 'MRJ (Mitsubishi Regional Jet)'가 첫 시험비행에 성공하면서 일본은 항공기 사업 부활의 신호탄을 쏴 올렸다. MRJ 개발은 2차 대전 당시에 부흥했던 항공기 산업을 자동차에 버금가는 일본의 주력산업으로 재차 키우겠다는 일본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 미쓰비시중공업과 도요타자동차의 합작회사인 미쓰비시항공기가 2008년 개발에 착수해 7년 만에 첫 시험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일본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시험비행에 성공하기 전부터 이미 407대의 선 주문을 받은 상태이며 향후 20년간 2,500대까지 주문 대수를 늘려 전 세계 소형여객기 시장 점유율 50%를 목표로 세웠다. 일본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은 MRJ를 각각 25대, 32대 선주문해 이를 국내선에 투입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신생 항공기 제조업체를 도우려는 일본 기업들의 자세가 부러울 따름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1993년부터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중형 항공기 개발사업이 중국 등과의 협상 불발로 초기 선점기회를 놓쳤다.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일본은 상업위성 발사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지난달 24일 일본이 자체 개발한 위성발사체(로켓) 'H2A'가 처음으로 캐나다 통신회사 '텔레샛'의 방송통신 위성을 탑재하고 발사됐다. 한국의 '아리랑3호' 위성을 발사했던 바로 그 로켓이다. 일본 기업이 자체 개발한 제트여객기 MRJ가 시험비행에 성공한 지 채 2주가 되지 않았는데 또 놀라운 소식이다. 일본 정부는 우주 관련 기기 산업의 매출을 앞으로 10년간 5조엔(약 47조 원)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특히 민관이 협력해 아시아와 중동 등 신흥국의 해외 로켓 수요를 발굴해 수출 주도형 성장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라고 한다. 항공우주산업 분야에서 일본의 거침없는 행보가 무섭다.



일본의 기술개발 전략을 배울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일본은 조용하고 은밀히 첨단 무기를 다수 개발해왔고 이들 무기를 해외 군사 작전에 적용해왔다. 일본의 자랑 H2A로켓도 종전 직후 세워진 기술개발로드맵에 의해 동경대 '펜슬(연필) 로켓'에서부터 차근차근 진행된 결과의 산물이 아니던가. 일본은 한 번 세워진 계획을 끈질기게 실천한다. 한국은? 국책 대형개발사업 연구 기술자들이 한 번 세워진 계획을 매년 수정하지 않고 끝까지 마무리해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현장의 아우성에 정책입안자 및 집행자들이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국형전투기 개발사업(KF-X)이 '전진이냐 후퇴냐'라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신중한 사업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2002년도에 신규 소요가 결정된 후 무려 13년 동안 7번의 사업타당성 검토를 거쳤고 결국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는데 여기서 또 머뭇거리기만 할 것인가. 우리나라에는 소위 전문가가 너무 많다. 진짜 전문가 여부도 헷갈릴 지경이다. 그만큼 전 국민의 관심사이기는 하지만 정쟁의 대상이나 지식 과시용 토론의 대상이 아니기를 바란다. 진짜 전문가만 나서길 바란다. 지금은 믿음이 필요한 시기이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라 하지 않는가. 갑자기 통일을 맞이하게 되는 경우 KF-X 사업 차질로 직면할 수 있는 공군의 전력공백 상태에서 우리의 안보는 굳건하겠는가. 우리가 머뭇거리는 동안 일본·중국은 계속 실천했고 그 결과가 MRJ, H2A, 그리고 중국의 우주정거장이다.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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