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고전 통해 세상읽기] 표풍부종조 취우부종일

세찬 비바람이 하루를 못 넘기며 자연의 정해진 절기에 순응하듯
















요즘 하루하루 날씨가 다르게 느껴진다. 한낮에는 아직 더운 기운이 남아 있지만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꽤나 쌀쌀하다. 이처럼 자연의 변화는 절기를 따른다. 절기는 대나무의 마디에서 나온 말이다. 이를 날씨에 적용하면 아무리 더운 날씨도 가을의 문턱에서 꼬리를 내리고 아무리 추운 날씨도 봄의 문턱에서 자리를 물러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사회 현상에 적용하면 세상일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고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노자도 일찍이 날씨의 절기에 주목한 적이 있다. "사나운 바람도 아침 한나절을 넘지 못하고 마구 쏟아지는 비도 하루 종일 내리지 못한다(표풍부종조 취우부종일·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 자연의 위력이 위대하다고 하지만 태풍과 폭우는 짧게는 반나절 이상 길게는 하루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드물다. 노자는 이러한 사실을 알아차리고 '표풍부종조 취우부종일'의 지혜를 끌어낸 것이다. 노자는 자연현상에서 지혜를 찾아낸 뒤 그 지혜를 사회에도 적용해본다. 자연에서 하나의 현상이 제아무리 일시적으로 위력을 떨친다 하더라도 영원히 지속될 수 없으니 인간사에서도 그러한 일이 결코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연에서 어떤 현상이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시간을 절기라고 한다면 사회에서 어떤 일을 맡아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을 임기(任期)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어떤 일을 처음 맡으면 자신이 영원히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선출직 공직자일수록 이러한 사고가 강할 수 있다. 다수의 지지자를 든든한 우군으로 생각하므로 자신이 모든 일을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이 한 일의 결과가 성공과 실패의 성적표로 돌아오면 지지자들의 지지도 변할 뿐 아니라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도 점점 짧아지게 된다.



짧아지는 시간과 관련해 자연과 인간은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된다. 자연에서도 짧아지는 시간에 저항을 할 수가 없다. 짧아지는 시간을 늘리려고 아무리 저항하려 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남은 시간의 문이 그대로 닫혀버린다. 반면 사람은 짧아지는 시간에 저항을 시도할 수가 있다. 자신의 퇴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남은 시간 안에 맹위를 떨치려 하게 된다.

노자는 이러한 저항을 예견이나 한 듯이 말을 잇는다. "까치발을 한 사람은 오래 서 있지 못하고 큰 걸음으로 걷는 사람은 오래 걷지 못한다(기자불립 과자불행·企者不立 跨者不行)." 까치발을 하면 힘이 들어 발바닥이 전부 땅에 닿는 것만큼 오래 버틸 수가 없고 큰 걸음으로 걸으면 빨리는 가게 되지만 오래 갈 수가 없다. 까치발과 큰 걸음은 일시적으로 가능한 일이지 폭풍과 폭우처럼 한나절 또는 하루 이상 지속할 수가 없는 일이다. 이렇게 부자연스럽게 자연의 길을 어기게 되면 발과 다리의 근육이 상하게 된다. 이렇게 보면 노자는 절기에 따라 변하는 자연을 통해 우리에게도 임기를 인정하라는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다시 말해 사람이 아무리 위대하다고 하더라도 세상의 일부이지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위인도 시간의 흐름을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