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1일(현지시간)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예상 밖의 압승을 거두며 5개월 만에 단독정권을 출범시킬 수 있게 됐다. 쿠르드족 반군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유혈사태 등 안보불안이 커지면서 터키 국민들이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선거의 최대 수혜자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현행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전환하는 헌법 개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터키 총선 개표(99%) 결과 AKP는 49.37%를 득표해 의회 총 550석의 절반을 훌쩍 넘은 316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어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이 25.41%를 얻어 134석, 친쿠르드 성향의 인민민주당(HDP)이 10.68% 득표로 59석,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민족주의행동당(MHP)이 11.94%로 41석을 차지하게 됐다. 선거 결과가 압승으로 나타나자 AKP의 아흐메트 다우토을루 총리는 승리 수락 연설에서 "이번 승리는 우리가 아닌 국민의 것"이라며 "모두가 승자가 되도록 통합하는 정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AKP의 이번 승리가 예상 밖이라고 전했다. AKP는 최신 여론조사에서 득표율 43% 안팎을 기록해 지난 6월보다 2~3%포인트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49%를 넘어 2011년 총선에서 기록한 역대 최다 득표율 49.83%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2002년부터 집권해온 AKP는 사실상 당내 서열 1위로 터키 최고지도자 역할을 해온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위적 통치와 비리 논란으로 6월 총선에서 13년 만에 처음으로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AKP가 5개월 만에 터키 국민들의 지지를 회복한 것은 안보불안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6월 총선 이후 다수당 없이 구성된 과도정부에서 PKK와의 갈등으로 터키 군인과 경찰관 150여명이 사망했고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대규모 자폭테러, 시리아 접경지역 긴장 고조 등 각종 불안사태가 끊이지 않았다. 영국 런던 소재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터키 분석가 파디 하쿠라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6월 총선과 이번 총선 결과를 비교하면 표심이 AKP로 대거 이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안보와 안정을 내세운 에르도안 대통령의 전략이 터키 유권자들의 표를 끌어냈다"고 분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투표 전에 "세계적으로 안정된 사회에서는 연립정권을 볼 수 없다. 터키 국민들이 단독정권을 선택한다면 지난 13년간 경험한 평화를 되찾으려는 의도일 것"이라며 AKP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총선 결과 가장 큰 이익을 보게 된 사람도 에르도안 대통령이다. 그는 지난해 8월 터키 사상 첫 직선제 대선에서 승리하기 전까지 12년간 AKP 대표로 총리를 지냈으며 대통령이 된 후에는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바꾸자고 주장해왔다. 터키에서 개헌 국민투표 발의에 필요한 의석 수는 330석으로 AKP는 이번 승리에도 아직 14석이 부족하다. FT는 "(330석 이상을 확보했더라면) 미국이나 프랑스 같은 대통령제 개헌을 손쉽게 이룰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단순히 과반을 달성한 것만으로도 에드로안 대통령의 힘이 훨씬 커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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