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중반부터 서서히 골밀도 낮아져… 50대 이상 女 30% 골다공증 골절 경험
약물치료·식사요법 병행해야 효과
칼슘 많은 유제품·달걀·두부 섭취하고 하루 15분은 햇볕 쬐어 비타민D 보충
걷기·등산·자전거 등 체중 싣는 운동을
한국인들의 뼈 건강에 비상이 걸렸다. 뼈의 단단함이 부족해져 발생하는 '골다공증'이 증가하면서 뼈가 부러지고 손상되는 사례가 매년 급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세계골다공증의날(10월20일)을 맞아 건강보험 진료비 청구자료(2008~2012년)를 분석한 결과 2008년 14만여건이던 50세 이상 골다공증 골절 발생건 수는 2012년 21만8,000여건으로 최근 5년 사이 연평균 10%가량씩 증가했다.
이처럼 골절 환자 수가 매년 증가하는 것은 뼈가 약한 골다공증 환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골다공증이란 뼈의 양(골량)이 현저히 감소해 뼈가 체중이나 압력 등에 견디는 힘이 약해진 상태를 말한다. 골다공증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뼈의 손실이 진행되면 뼈가 얇아지고 골조직이 엉성해지면서 뼈 안에 있는 작은 구멍들이 증가해 뼈에 구멍이 숭숭 뚫린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뼈는 청소년기에 성장이 가장 왕성하며 성인이 될 때까지 뼈의 밀도가 높아지다가 30대 중반부터 서서히 골량이 감소하며 뼈가 약해진다.
고정민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골다공증은 뼛속에 구멍이 많이 생긴다는 뜻으로 뼈의 양이 줄어들어 뼈가 얇아지고 약해져 잘 부러지는 병"이라며 "사춘기에 성인 골량의 90%가 형성되고 35세부터 골량이 서서히 줄어들다가 50세 전후 폐경이 되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여성 골다공증 환자가 많은 것도 폐경 후 3~5년 내에 골밀도의 소실이 가장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결과 2012년에 발생한 골다공증 골절 환자의 경우 여성 비중이 79.9%로 나타났다.
골다공증과 관련이 가장 깊은 요소는 나이다. 우리 몸의 뼈는 흡수되고 생성되는 재형성 과정을 반복한다. 청소년기까지는 뼈가 흡수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생성돼 골량이 크게 증가하고 성년에는 뼈의 흡수와 생성 속도가 균형을 이룬다. 그러나 30대 후반부터 나이가 들수록 뼈의 생성 속도보다 흡수 속도가 빨라져 골량이 점차 감소해 결국 뼈는 점차 약해지게 되는 것이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골격계가 약하므로 골다공증 유병률이 높다. 특히 폐경기 여성이라면 골다공증의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우길 비에비스 나무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폐경기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뼈의 흡수 속도가 더욱 가속화돼 많은 골량이 손실된다"며 "50세 이상 여성의 30% 정도에서 골다공증성 골절을 경험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과다한 흡연과 음주의 경우 칼슘 손실이 많기 때문에 골다공증 발생을 유발할 수 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 등의 질환을 앓는 경우 이뇨제와 스테로이드 등의 특정 약물을 장기간 복용해도 잘 생길 수 있다. 저체중 역시 골다공증 위험인자 중 하나다.
또한 위를 잘라내는 수술을 했거나 장에 만성적인 염증성 질환이 있는 경우 칼슘의 흡수 장애 때문에 골다공증이 생길 수 있다. 어머니나 자매가 골다공증인 여성의 경우 골다공증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만큼 정기적으로 골밀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골다공증의 진단은 골밀도 검사를 통한 티 수치(T-scores)로 판단한다. 티 수치가 -1 이상이면 정상이고 -1∼-2.5 사이일 경우 약간 진행된 상태로 골다공증 전 단계인 골감소증으로 분류하며 -2.5 이하를 골다공증으로 분류한다.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이 의심될 경우 X레이 촬영을 한다.
골다공증은 약물치료와 함께 식사요법이 병행돼야 높은 치료 효과를 보일 수 있다. 골다공증 치료 약물은 최근 1년에 한번 맞는 주사제가 나오고 마시는 형태의 약물도 출시되는 등 복용 편리성이 한층 높아져 환자들의 치료에 도움을 주고 있다. 골 형성을 증가시키거나 골 흡수를 감소시키는 약물로 치료한다.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SERM)나 칼시토닌, 비스포스포네이트(BPP) 제제, 칼슘제, 비타민D 등이 이에 속한다.
정우길 전문의는 "약물의 사용으로 골량이 감소되는 속도가 현저히 억제될 수는 있지만 실제로 만족할 만한 골량의 증가를 유도하지는 못한다"며 "골절이 생길 정도의 심한 골다공증 환자의 경우 치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은 만큼 조기진단과 발견·예방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서는 식사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유와 치즈·요구르트·달걀 및 두부 등 칼슘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의식적으로 자주 챙겨 먹는 것이 좋다.
성인의 하루 권장 칼슘 섭취량은 1,000㎎이며 청소년기·임산부·폐경기여성은 이보다 30% 많은 1,300㎎의 칼슘을 먹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인의 하루 평균 칼슘 섭취는 권장량의 63% 정도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음식만으로 충분한 칼슘 섭취가 어려운 경우라면 칼슘제제를 복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운동도 빼놓을 수 없다. 체중을 실은 적당한 운동은 뼈의 양을 증가시켜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준다. 매일 30분 정도 걷기와 등산, 자전거 타기 등이 권장된다. 반면 수영은 골다공증 예방에 그리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릴 때부터 활발히 뛰어노는 아이들의 골밀도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만큼 청소년들은 농구·줄넘기 등 점프 동작이 있는 운동을 자주 하는 것이 좋다.
일광욕도 중요하다. 비타민D는 칼슘의 흡수를 도와주는 영양소로 태양의 자외선에 의해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만큼 하루 15분 정도씩은 햇볕을 쬐어야 한다. /송대웅 의학전문기자 sdw@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