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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년 만에 이뤄진 첫 만남. 두 정상의 악수는 1분을 훌쩍 넘겼다. 지난 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이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양안 정상회담을 열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했다.
시 주석은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뼈와 살이 터져도 끊을 수 없는 형제이자 피로 이어진 가족"이라며 "어떤 비바람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마 총통도 "양안 국민은 중화민족이며 염황의 자손"이라며 "양안의 평화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92공식'을 굳게 지켜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92공식은 1992년 양안 반관영 민간단체가 '하나의 중국' 원칙 아래 각자의 해석에 따라 명칭을 사용하기로 합의한 것을 말한다.
시 주석은 "92공식 원칙을 확인하고 지켜나가야 한다"며 "대만 독립세력은 양안의 평화발전을 저해하고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만이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마 총통도 △92공식 견지 △적대 상태 완화 △양안 교류 확대 △양안 핫라인 설치 △중화민족 진흥 등 5가지 제안을 했다.
하지만 회담이 마냥 화기애애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마 총통은 대만을 겨냥한 미사일 철수를 요청했지만 시 주석은 대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며 즉답을 피했고 대만의 유엔 재가입 문제도 합의하지 못했다. 민감한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관련, 시 주석은 대만의 태도에 대해 우회적인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2년 9월 센카쿠 국유화를 선언한 일본이 어업협정을 통해 이 문제를 대만과 연대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의 목적은 무엇보다 대만의 정치구도 변화에 대한 중국 측의 경고 성격이 강하다. 내년 1월 총통선거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부하는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가 당선될 경우 양안관계에 다시 냉기류가 흐를 수 있다는 암묵적인 메시지인 셈이다. 물론 이미 민진당으로 기운 대만 대선 구도를 변화시키기는 어렵지만 차이 후보에 대한 경고와 함께 이어질 대만 총선에서 민진당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8일 환구시보는 "차이 후보와 민진당이 아직까지 대만독립을 주장하고 있다"며 "이는 대만의 미래에 시한폭탄을 심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양안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과 일본은 역사적 관계개선에 의미를 뒀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회담은) 역사적인 관계개선"이라며 "미국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깊고 영속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지역 및 세계에 매우 중요하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회담을 '동상이몽'으로 평가절하했다. 아사히신문은 "통일을 꿈꾸는 중국과 현상유지를 원하는 대만 사이의 틈이 좁혀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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