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에서 일국에 의한 패권주의 지배를 막고 지역안보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한일 양국이 불화를 끝내고 협력해 미국과 중국이 공진화(共進化)의 길을 가도록 인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구범모(81·사진) 전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29일 도쿄도내 한 호텔에서 개최된 제51회 한일·일한협력위원회 합동총회에서 '미중 패권 경쟁 시대의 한일 협력'이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과 일본은 동아시아 국가 중 가장 표준적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경제·사회·문화적 의존이 강화됨에도 불구하고 정치·군사갈등이 커지는 아시아 패러독스(Asia paradox) 불화의 근원인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관계를 평화적인 동반자 관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아시아 지역공동체 수립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또 "남북 간 평화체제가 구축됐을 때 한미동맹의 역할 전환에 대한 한국과 일본 간에 합의와 협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평화체제 이후 한미동맹은 북한에 대한 방어동맹에서 남북 평화의 수호자로서 적극적인 역할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며 "한미동맹의 목표를 소극적인 '평화 유지'에서 적극적인 '평화 만들기'로 한 차원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의 역할 전환에 대해 한국과 일본이 합의를 도출하는 한편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는 데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 전 교수는 이와 함께 "지정학적으로 대륙과 해양, 동과 서, 남과 북, 중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교량에 위치한 한반도가 강대국이 충돌하는 교차지가 아니라 평화를 매개하는 평화 중추가 되기 위해서도 '통일 한국'은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힘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 한국과 일본이 먼저 합의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 동아시아 안보지형을 결정하는 주요 행위자들을 설득해 동의를 얻는 데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총회에서는 모리모토 사토시 전 일본 방위상이 일본 측 기조연설을 맡았고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정구종 동서대 일본연구센터 고문 등이 발표자로 나섰다. 또 유흥수 주일 대사가 축사를 했다.
한일·일한협력위원회는 양국의 국회의원, 재계·문화계 인사 등이 참여해 양국 간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는 협의체로 지난 1969년 발족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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