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러 공습… '시리아 수렁 2.0'에 빠진 미국

러 IS격퇴 명분 내세웠지만 실제론 알아사드 정권 구하기









"미국이 잠재적으로 이전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는 '시리아 수렁 2.0'에 빠졌다."

1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지 폴리티코의 설명이다. 9월30일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으로 미국과 러시아가 중동 지역에서 충돌할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결코 원하지 않았지만 시리아 사태에 전면 개입할지, 아니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손에 맡겨야 할지 기로에 섰다.

◇미·러, 시리아에서 충돌하나=친러시아 성향의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정권이 무너진 후 시리아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중동의 전략적 요충지다. 러시아가 공습을 자행한 명분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지만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구하기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미국과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도 30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공습이 가해진 지역은 아마도 IS 세력들이 있는 장소가 아닌 것 같다"며 "러시아의 행동은 실패할 운명에 처할 오류"라고 비판했다.

실제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공습지역은 시리아의 중서부 도시 홈스로 현재 IS가 아닌 알누스라 전선과 아흐라르알샴 등 반군이 장악한 곳이다. 반면 러시아는 이번 공습으로 IS 소유의 기지와 창고 등을 공격했다고 반박하며 미국 측과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미국과 러시아가 직간접적으로 군사적 충돌을 빚는 경우다. 만약 러시아가 알아사드 정권을 위해 미국이 지원하는 시리아 반군을 고의나 실수로 사살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될 수 있다. 러시아가 이날 공습계획을 미국에 통보하며 시리아 영공에서 피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미국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기로에 선 오바마 대통령=알아사드 정권 축출은커녕 IS 격퇴전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한 미국은 러시아라는 강적까지 만나 정치ㆍ외교적으로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졌다. 미군이 육성한 시리아 반군은 10여명만 남은 채 지리멸렬한 상태다. 더구나 프랑스·영국 등 유럽 우방국가들도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질 경우 정치혼란에 시리아 난민이 더 밀려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공화당은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영향을 유지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지상군 투입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전사자 발생, 천문학적 예산 투입 등 막대한 희생에다 러시아와 충돌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마지막까지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미국은 그동안 시리아 반군을 시범적으로만 지원하고 알아사드 정권 퇴진을 위한 실제 행동에는 나서지 않았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기존의 전략을 수정해야 할지 딜레마에 빠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이 오바마 대통령 외교정책의 최대 오점인 시리아 사태에서 탈출할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각각 반군과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바람에 시리아 사태가 복잡하게 꼬인 점을 감안하면 러시아와 대리전이 되는 게 그나마 해법도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나 "충돌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긴급 군사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시리아에서 오바마의 새 절친은 푸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두 정상이 표면적으로는 서로 거친 언사를 주고받지만 물밑에서는 어느 때보다 시리아 사태에 대해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