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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통상허브 전략] <1> 생소한 '누적 원산지' 파괴력

12개국서 조달된 부품 일본산 인정 '관세혜택'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바로 '누적 원산지' 규정이다. 이 규정 때문에 'FTA 지진아'로 불리던 일본이 새 글로벌 통상질서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누적 원산지는 생산공정의 모든 부분이 특정 국가에서 이뤄지지 않고 여러 곳에서 이뤄진다 해도 이를 최대한 원산지로 반영해준다. TPP 회원국 안에서 생산이 이뤄지면 특정 범위를 정해 그 이상이 될 경우 관세혜택을 부여한다. 흔히 말하는 '글로벌 공급 체인'을 통상제도 안에서 인정해준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옷을 제작하는 과정에 누적 원산지를 적용해보자. 의류는 한 나라에서 모두 제작되지 않고 단계마다 가장 원료가 풍부해 싸게 구할 수 있는 나라로 옮겨가며 만들어진다. 가령 실은 중국에서 확보하고 베트남에서 방직을 해 최종 디자인은 일본에서 하는 식이다.

그런데 누적 원산지가 적용되지 않으면 옷의 원산지는 나라마다의 기준에 따라 천차만별이 된다. 어떤 국가는 최종 가공이 이뤄진 곳을 원산지로 인정한다. 예시에서는 일본이 된다. 하지만 그냥 원사를 만든 곳(중국)을 원산지로 보는 나라도 있고 실질적인 가공이 이뤄진 곳(베트남)을 원산지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누적 원산지는 옷의 공정이 10개라고 가정할 때 공정의 6단계(예시)만 TPP 회원국 안에서 이뤄지면 TPP 제품으로 보고 관세를 면제해준다. 최종 선적지가 어디가 됐던 TPP 특혜 관세혜택을 주는 것이다. 베트남에 생산 거점을 둔 주문자생산자 방식의 수출업체가 가장 유리하다는 말도 여기에서 연유한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엔진은 한국에서 수입하고 유리는 중국에서 들여온다. 누적 원산지를 여기에 적용하면 공정 전체 비중으로 하든 달러 가치로 환산하든 어느 정도를 넘기면 역내에서 생산한 것으로 쳐주게 된다. 일본이 앞으로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할 때 TPP 회원국인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멕시코 등지에서 낮은 인건비로 조달한 부품으로 자동차를 만들어 미국 시장에 무관세로 수출하는 길이 열리게 된다는 얘기다. 이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동일한 관세혜택을 받는 것에 더해 글로벌 생산기지를 통한 제품가격 인하 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된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는 "TPP와 같은 광대역 FTA의 가장 두드러진 장점이 바로 누적 원산지 규정"이라며 "기존 FTA에서 적용되는 일반적인 원산지 기준보다 월등히 교역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TPP 협정문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누적 원산지 규정으로 우리나라의 자동차·섬유·의류 산업 등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리의 TPP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보는 데도 누적 원산지 규정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TPP 타결로 FTA 시대는 저물고 새로운 통상질서가 확립됐다"며 "수출국가인 한국도 뛰어들어 그 과실을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상훈·구경우기자 bluesqua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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