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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의 Travelogue] 'K스마일' 억지 웃음보다는 미소 지을 여유 만들어줘야

정부와 관광 관련 기관, 기업들이 참여하는 'K스마일 캠페인'이 한창이다. '2016~2018 한국방문의 해'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범국민적 친절문화의 정착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다. 쉽게 말해서 관광 한국, 즉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편안한 모습을 보이자는 것이다. '한국이 웃으면 세계가 웃는다'는 게 모토다.

일부에서는 불만이다. 관광객의 주머니를 위해서 이미 억지웃음을 참고 있는데 더 뭘 바라느냐는 것이다. 웃자고 웃을 상황이 아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인한 관광시장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이런 캠페인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이 지적도 이유가 있다. 백화점이나 마트 등의 감정노동자들은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미소 한국'을 만들자는 이야기는 맞다. 관광지에서 상큼한 미소를 만날 때 그 느낌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하지만 이는 생활 속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세상에 대가 없는 웃음은 없겠지만 대가만을 위한 웃음이 돼서는 곤란하다.

궁극적으로는 사회시스템과 관련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하루가 다르게 집들이 헐리고 고층건물이 올라가면서 임차인은 임대료 걱정을 하는 각박한 도시에서 진정한 웃음을 찾기 힘들다. 백화점과 마트뿐만이 아니다. 온 국민이 경쟁하면서 바쁘다. 우리나라만 미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고도로 산업화되거나 산업화를 시도하는 나라치고 자연스러운 미소는 희귀한 존재다.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소가 의식적인 표정에서만 나온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깨끗이 청소되고 장식된 거리나 집 앞에서 기르는 화분 등 소소한 데부터 사람을 미소 짓게 할 수 있다. 난개발을 금지해 동네 공동체를 유지하게 하는 것도 중요한 방법이다.

최근 인천의 대형 백화점의 한 매장 점원 2명이 무릎을 꿇고 고객에게 사과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감정노동자의 스트레스가 극단으로 치달은 사례로 기록될 듯하다.



이런 스트레스는 노동자와 소비자의 관계라는 이분법을 넘어선다. 점원을 무릎까지 꿇린 그 고객은 정말 행복했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기자도 어떤 매장 직원에게 화를 내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관료적 일 처리 때문이었다. 뻔한 잘못인데 어떤 형식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만약 개인 점포였다면 금방 처리될 일들이었다.

미소의 목표가 경제성장이라면 결국 억지웃음이나 썩소만 생산할 것이다. 외부의 관광객을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사는 공동체를 위해 미소 짓는 연습을 하는 게 어떨까. 이를 위해서는 성장의 목표를 낮추고 사회가 더 유연해야 한다.

상대방이 짓는 미소를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다만 특정한 목적을 숨긴 미소는 금방 표가 난다.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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